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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신영복 - 우리 시대의 지성 신영복을 읽는 10가지 키워드
이재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신영복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언어는 '존재로부터 관계로'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물론 '공감','공부','함께','숲','연대','변화','실천','자유' 이런 주옥같은 말들이 그의 사상의 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p22)
머리는 사람을 '개인'이라 생각하지만 발로 오면 사람은 '관계'가 된다.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개인이 안정화된다. 관계 속에 서야 한다. 나도 처음엔 감옥에서 왕따였는데, 관계 단계로 오니 감옥이 정말 든든해졌다. (p36)
성찰을 위해서는 속도를 늦추어야 하고 효율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빠르고 급하며 경제적 가치만을 절대화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느려져야 사물도 사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느림의 미학'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p54)
신영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이부동의 원리를 오늘날의 연방제에 비유합니다. 즉, 화이부동이 춘추전국시대 72개의 제후국 간의 평화 공존을 가능하게 한 것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연방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강대국과 약소국이 평화 공존할 수 있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p109)
신영복의 사상의 주요 키워드는 '끊임없는 변화'입니다. 서을 쌓는 것은 한곳에 머무는 것이며 이는 곧 한 가지 가치를 절대화하는 패권의 중심 논리입니다. (p130)
평원을 달리는 아메리칸 인디언은 한도안 달린 다음에는 말을 멈추고 길을 되돌아보며 기다립니다. 영혼을 기다립니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라 합니다.질주는 영혼을 두고 달려가는 것입니다.영혼을 빠뜨리고 달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p136)
이전 사회가 '~을 해서는 안 된다'를 통해 인간을 피로하게 했다면 이후 사회는 '~을 할 수 있다'눈 자기 긍정과 희망을 통해 자신을 피로하게 만드는 사회라고 해석합니다. 자기 긍정이라고 하니까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성공을 위한 무한 경쟁과 과잉 노동을 허용하여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의미입니다. (p136)
그는 감옥을 대학이라고까지 표현하였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감옥은 감추려야 감출 것이 없는 가장 원초적인 세계입니다. 과장도 왜곡도 숨김도 있을 수 없이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비위선적 세계가 감옥입니다.그는 감옥안에서 죄수를 만난 것이 아니라 투명한 인간을 만난 것입니다. 안 과 겉이 다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에 대한 철학을 정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p157)
지금 현재 우리는 이 시대의 지성 신영복님에게 빚을 지고 있다. 신영복이 추구했던 감옥에서의 사유 방식은 20년간 구도의 자세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인간이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가치관에 대해 정립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감옥을 죄수가 바글 거리는 지옥이 아닌 대학이라고 말하였으며, 그의 독특한 관점은 우리에게 쓰나미와 같은 큰 울림으로 전해져 내 앞에 놓여지게 되었다. 책을 펼쳐드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강연을 듣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사람들을 통해서도 공부가 가능하다는 걸, 그는 20년간의 감옥 생활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의 남다른 철학은 그렇게 감옥안에서 잉태되었으며, 그의 저서 대부분은 감옥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시작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재은의 <처음 읽는 신영복>은 나처럼 신영복의 책에 관해 읽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그의 책에 대한 입문서로서 작은 의미가 될 수 있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삶의 방식은 지금의 촛불정신을 있게 하였으며,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해 왔던 삶의 방식에서 '존재','사람','관계','연대','사랑' 고 같은 주요 키워드가 있으며, 그것 하나 하나가 그의 삶과 연결되고 있다
그는 세상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가 점점 더 고착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들여다 보고 있었으며, 그의 철학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의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깊이 사유하면서,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며, 공부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던 신영복은 공부가 공부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공부가 깊은 사색과 실천으로 바뀌어야 하는 당위성을 중요시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과 가치관 속에서 그는 무엇을 얻으려 하였는지 이 책을 통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