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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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로 만드는 것과 손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는 손은 마음과 통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이유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과 마음이 손을 통해 상품에 담기기 때문입니다."라고 마쓰이 씨가 말했다. (p114)


프랑수아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정치나 예술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호화 여객선의 객실을 본떠 만든 가게 내부는 언뜻 보면 당시의 시대 상황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던 파시즘과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정신의 통로이기도 하고, 양심을 끝까지 지키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했다. (p178)


미나토야가 있는 마쓰바라 거리는 시내 중심부의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야사카 신사와 기요미즈지 사이에 있는 곳으로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칠 것 같은 , 동서로 뻗은 좁은 길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골목에는 의외의 가게가 있을 때도 있다. 취재를 부탁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고로케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눈앞에서 튀겨주는 고로케를 안주삼아 낮부터 술을 마시기도 하고, 손윽로 쓴 글씨가 요란하게 붙은 채소 가게 앞에는 상자에 담긴 채소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p217)


엄마 유령이 아이에게 핥아 먹게 했던 시대에는 지금 같은 고형이 아니라 물엿의 형태가 보통이었다. 헤이안 시대 이전부터 엿기름을 원료로 한 것이나 덩굴식물의 즙을 바짝 조린 아마즈라 라고 불리는 것이 궁궐 내에서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사탕이 일반 서민들에게 보급된 것은 에도 시대다. 젖이 나오지 않을 때나 아픈 아이에게 먹였던 아메유는 엿이나 조청을 따뜻한 물에 녹인 것이고 간사이에서 주로 마시는 '히야시아메'의 원류가 이 아메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p221)


일본에는 노포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서 노포 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기업이나 가게를 의미하며, 대대로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 특유의 가업 전승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토는 노포기업의 산실이라 부를 정도로 100년 이상의 기업이 첫 개가 넘으며, 가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본업을 접어버리고, 후계자로서 가업을 이어 나가는 후계자 수업을 거쳐가게 된다. 기업으로서 추구하는 본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일본 길업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며, 하나의 전문 분야가 100년의 세월을 넘어설 때, 그 기업의 가치는 위대함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다. 책에는 에도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노포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일본 초밥, 도장, 일본 사탕, 전통요리, 목욕탕, 술도가, 게스트하우스까지 각각의 분야의 노포기업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이 추구하는 방식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사고방식과 많이 차이가 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 옛것을 소홀히 하는 우리의 정서상 가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지역 사회 곳곳에서 잘 나타나고 있었다. 단적으로 내가 사는 곳에서 호미를 생산하는 대장간은 미국 쇼핑몰 아마존에 소개될 정도로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전망이 있지만, 어려운 일, 힘든 일을 거부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비춰보자면 일본 사회의 이러한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서 존경스러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전문분야로서 과거의 본질을 시간을 거슬러 오면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으며,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일본 사회에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본 사회의 변화 속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대가 끊어지는 상황이 나타나면 후계자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양자를 구해서도 가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이고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을 코앞에 두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재의 형국으로 바춰 보자면, 일본의 노포 기업, 노포 가게가 대한민국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시간을 넘어서는 그들의 정신을 이 책을 통해서 본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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