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면 좀 어때 - 정신과 전문의 김승기 시인의 자존감 처방전
김승기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첫 출근하는 날부터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고, 그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육체관계까지 허락하며 그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 남자가 그녀 없으면 못 살 것 같이 완전 포로가 되었을 때, 그녀는 혹시 이 남자가 떠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현듯 불안해진다. 그 불안이 점점 심해지면 다니는 회사는 다시 시들해지고 , 자기가 먼저 그 남자를 차버리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칩거를 한다. 이런 과정이 무려 서른 번, 서른 번의 직장을 그만두었고,30명의 남자가 그녀에게 차였다. 


"저희 집안엔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저만 그렇지 못했어요.물론 제가 나온 대학도 나름 사랍 명문이지만 서울대에 비해서는 뒤쳐진다고 여겨졌죠. 집안에선 뒤처진 아이였고, 늘 '못난이' 라는 말을 들었어요. 항상 나는 어려서부터 열등감 속에 자랐고, 그래 정상인과 결혼을 하면 절대 안 될 것 같이 생각했어요. 맞선을 열 번 넘게 보았는데 그 좋은 중매자리 다 마다 하고 우연히 알게 된 현재의 꼽추 남편과 결혼을 고집했어요. 물론 집안의 반대는 엄청났지요. 그 반대를 무릅쓰고 , 내놓은 자식 취급 받으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남편은 장애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성격이 꼬일 대로 꼬인 사람이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았고 사사건건 부딪쳐요."그녀는 남편과 싸울 때마다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켜 기절을 했고, 그 이후로도 몇 번더 응급실에 실려왓다. 그녀의 결혼 조건은 자신의 열등감을 자극하지 않는 조건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그 꼽추 남편이었던 것이다.(P109)


지금 현재 영주시 구성 공원 앞 새마을 금고 옆 이층에 김신경정신과의원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은 지금 현재 영주시 우리은행 건물 이층으로 이전해 왔다. 왜 그곳으로 이전해 왔는지 그동안 내가 읽어온 책들을 통해 미리 짐작해 보자면, 동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김신경 정신과의원에 간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정신과 의원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환자들이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현재의 위치가 환자들의 개인 사생활을 숨기기에 최적화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우울하면 좀 어때> 를 쓴 김승기님은 김신경 정신과의원의 원장님이다.영주 지역민의 정신과치료를 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면서 마주해 왔던 영주와 그 주변 지역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은밀한 삶에 대해서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들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으며, 지역 정서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위로를 얻게 되었다. 매순간 고민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일상적인 삶들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때가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의 삶의 패턴들은 나 스스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나 정신적인 문제들을 훑어본다면, 나는 지긋히 정상이라는 사실에 안도 하게 된다. 그것이 나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위로이며, 주어진 내 삶에 대해서 감사하게 된다.


책에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들어가 있다. 멀쩡한 듯 보여지는 우리들의 삶 깊숙한 곳에는 무언가 곪아있는 종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열등감이 될 수 있고, 우월감이 도리 수 있다. 김승기 원장님은 그런 사람들의 종기를 직접 짜주거나 도려내는 일을 하고 있다. 때로는 그 종기를 짜다가 자신에게 직접 튀는 경우도 간간히 있으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셀프 위로는 정종 한 병이며, 스스로 상처를 받을 때, 가까운 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자신을 위로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그것을 이겨내기 보다는 그걸 달래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 책을 읽은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본성이 있다. 그 고유한 본성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와 충돌될 때가 있다. 그것을 법적으로 해결할려고 한다면, 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또다른 문제들을 잉태하고 있다. 법과 현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 하는 곳이 신경정신과 의원이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문재에 접근해 나가는 의사는 내상을 입을 때가 있다. 김승기 원장님이 자주 다니는 재래 시장은 가까운 365 시장이거나 후생시장이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직업적인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우리의 특이한 삶의 방정식을 찾아볼 수 있다.책에는 삶의 공식과 원칙이 항상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며, 나는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