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3월
평점 :
사랑이 완장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거라면 나무도 그렇다. 빛이 필요한 나무는 하늘을 향해 온 힘으로 키를 늘리지만 갈증에 시달린 나무는 땅 깊이 뿌리를 뻗는다. 나는 여기서 굳이 이기기 위해 싸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p20)
그러고 보면 모든 인연을 위이 여길 필요는 업슬 듯하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빋고 택한 건 가짜 미끼라도 순간에 낚이는 것이어서 입을 대는 순간 바늘에 걸린 물고기 신세와 다를 바 무어랴.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주 없지는 않으니 두려움을 참으며 고통받는 이들 곁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 그리고 모두가 나를 외면하더라도 나만은 너를 미워하지 않을 만큼은 사랑하고 싶지만 때론 그조차도 섭리로 규정, 모든 것은 정형화되고 만다. 태어나고 죽는 이 끝없는 답습은 우리의 생도 기성품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시사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 진심일 것이다.(p31)
힘을 빼는 건 훈련과 용기가 필요하다. 초면이어도 거래의 본질은 신뢰고 약속이다. 그렇게 산 물건을 들고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속지는 않았는지를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리 큰돈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가 내 손바닥에서 거둬간 돈이 얼마든 그것이 가장 적정액이라고 믿어주는 것이 내가 아는 산수다. 이 계산법은 사람을 사귈 때도 적용된다. 손바닥에 몇장의 카드를 놓고 나 이런 사람이니 선택은 당신이 하시라고 ,한마디 말 진실한 눈빛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신뢰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고, 따지고 보면 나는 가진게 적어 잃을 것 역시 없거나 적으니 부자인 거고 적은 금액이라도 경계하지 않고 맡길 수 있으니 그 또한 부자다. (p150)
한 생이 갔으니 한 생이 오는 거겠지. 그러니까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야만 하는 , 한 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확약받는 티켓은 죽음이라는 거, 공교롭게도 새봄의 첮 꽃을 보는 날 적나라한 주검이 내 앞에 나타난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하다 '흐름'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멈췄다. 그렇다. 하나가 오면 하나가 가는게 자연인 거지. 그러니까 하나가 갔으므로 노란 꽃이 온 거 맞다. (p245)
로맹가리를 몰랐다면 이곳에도 오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은 본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얼마나 그럴듯한 핑계인가.그리고 이것이 소설이라고 자각하는 순간의 어이없는 결말이 위로가 되는 건 또 뭐람.나는 지금 나스카라인이 있는 페루 리마에서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새들의 섬 바예스타스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한적한 바닷가를 홀로 거닐고 있다. (p332)
살아가면서,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아왔던가. 순간 순간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잔상들은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그것은 또다른 아픈 기억으로 존재하게 된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아지려면 좋으련만, 나 스스로 오랫동안 맘아있는 기억들 대부분은 불행과 연결되어 있는 기억들, 걱정과 근심으로 채워져 잇었던 기억들 뿐이었다.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일수록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으며, 나는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현재 가치는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알면서도 결코 알지 못하는 것들이 내 앞에 지나갔다가 다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왜였을까, 나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은 나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 책에는 내가 얻고 싶어하는 위로를 나 스스로 채워 나가기 위한 길을 텨주고 있었다. 그 길은 자연 속에 숨어 있었으며, 숲과 나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속에 길들여져 있었다. 죽음 조차도 그 안에 의미가 있으며, 내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곤 하였다.
결국은 내 삶은 내가 선택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나의 선택은 생각에서 잉태되었으며, 그 생각들은 삶 속에 깃들여져 있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 힘을 빼는 습관들이었다. 스스로에게 겸손하고, 남에게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의 위대한 가치를 느끼것이다.자연 속에 서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나는 작은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살아간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고, 나 스스로 내려 놓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현재의 나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지,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챙겨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