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 익명의 스물다섯, 직장인 공감 에세이
김가빈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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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사직서를 쓰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공장에서 설비별 생산량을 파악하고 있을 때였다. 공장 특성상 기계가 내는 소음이 무척 큰 탓에 핸드폰을 벨소리로 해 놓으면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실수로 벨소리로 해놓았다.나중에 휴대폰을 보니 사수에게 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걸려던 차에 사수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저 라인에 있습니다."
전화를 받지 못한 상황을 애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러나 돌아온 건 그의 쌍욕이었다. (p19)


"네가 여기서 나가떨어지면 그저 낙오자가 될 뿐이야. 버티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왜 낙오자가 되려는 거야?"
낙오자는 곧 실패한 사람이 되니까 괴로운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버텼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괴로워해야 하지?"(p53)


여기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기분 나쁜 상황들을 견뎌야 했어, 거래하는 협력업체 사장님 대부분이 4,50대 아저씨인데 수화기 너머로 내가 여자인 걸 알게 되는 순간 일단 무시했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관계없는 미팅에 불려 가기도 했지. 대외적인 구실은 공부할 겸이었어. 그런데 가고 나면 여자가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서라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 따위 없다는 듯이 너스레를 떠는 거 있지? 옷차림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적받았어.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후부터 편하게 입고 다녔는데 어느 날 술자리에서 한 과장이 그러는 거야.
"네가 그러면 안 돼/어떻게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액션이 없어?!" 
나는 어처군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슨 액션이요?"하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술자리에서 나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부 떨고 그런 걸 안 한다고 꼴불견이라더라. 나 참 기가 막혀서,표정으로 그만하라는 티를 내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미디 더 덧붙이더라.
"여기 오는 분들이 다 남자인데, 네가 꾸미고 와야 우리가 기분 좋을 것 아니냐?"(p95)


이 책을 쓴 저자 김가빈은 1992년생으로, 자동차 부품 연구소에서 일하다 퇴사를 하게 된다.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직장에 대한 회의감으로, 퇴사 이후 , 자신과 동일한 경험을 가진 퇴사자를 인터뷰하기 시작하였고, 26명의 퇴사자의 퇴사 이유가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그들의 퇴사 이유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보다 더 많은 일은 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며,자신의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성들에게 퇴사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직장 동료와 상사로부터 듣는 모멸적인 말과 행동 때문이다. 남성 중심의 조직 구조내에서 여성들은 그들의 무심코 던지는 말이 비수가 되어 꽃힐 대가 있으며, 그로 인해 참지 못하고 사표를 쓰고 퇴사를 하게 된다.


다양한 퇴사 이유를 보면, 본질적으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이다.사람과 사람들이 부딪침으로서 생기는 자신의 무기력한 상황이 스스로를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게 되고, 스스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됨으로서, 살아갈 이유조차 놓치게 된다. 직장에서 느끼는 참지 못할 상황들이 반복되고, 자신의 실수 하나가 큰 문제가 될 때, 스스로 직장 내에서 소모품이 되어진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들은 그들 스스로 퇴사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사람들은 견디라 말한다. 왜 견뎌야 할까..그리고 후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왜 후회해야 하는 거지..사람들 간에 보여지지 않는 장벽들은 이런 과정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남으로서 생겨나고 있으며, 보이는 것들만 보여짐으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었다.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후회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들을 감내하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려고 하게 된다. 그들의 인생들은 바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퇴사를 선택하게 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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