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빌라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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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가 솔희에게 입양을 온 뒤, 사료가 떨어져서 솔희가 먹던 밥을 눈 적이 있었다. 김치찌개에 들어 있던 두부도 몇 점 섞고, 볶은 감자도 몇 조각 넣어서 주었다. 뜻밖에도 얼마나 잘 먹던지.그런데 '인생국수집' 앞길에서 우연히 만난 티티의 옛주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펄적 뛰면서 절대로 다음부턴 사람 음식을 주지 말라고 했다. 나트륨 때문이었다. (p14)


인생국수집에서 가불한 돈으로 체납된 가스요금을 납부한다. 그리고 밀린 4개월 치의 방세 중에 2개월치의 방세도 송금한다. 201호의 집주인은 착하다. 방세가 밀려도 솔희에게 따로 말을 하지 않는다. 솔희가 시냇가빌라에서 그나마 탈 없이 머물러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p37)


해아저씨는 그 핸드폰으로 시신을 계속 살아있는 사람으로 만들라고 했다. 그리고 사용할 때 각별히 주의할 점을 일러주었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한테서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올 경우의 대처요령 등을 세밀히 일러주었다. 완벽했다. 시신은 언제까지고 살아있는 인간일 것이다. (p89)


솔희는 윤주 앞에서 너무 창피하고 치욕스러웠다. 무엇보다 그 두사람이 그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솔희를 발가벗기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들쑤시며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을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몸이 떨려 견딜 수가 없었다. 솔희는 마음을 가다듬고 윤주에게 말했다. 
두번 해줬어. (p133)


"아줌마....!"
솔희의 목에서 겨우 한마디가 새어나온다. 공방아줌마의 두 눈은 독기로 가득하다. 영화에서나 보앗던 흡혈귀의 눈과 같다. 입에는 지독한 술 냄새와 함께 거품을 물었다. 솔희는 너무 무섭다. 말랭이가 공방아주마의 발을 문다.그러자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랭이를 발로 걷어찬다. (p188)


시냇가 빌라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솔희는 201호에 살고 있다. 솔희의 아랫층 101호에는 쌂닭 아랫층 여자가 살고 있으며, 솔희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202호에는 공방 아줌마가 살고 있다. 솔희가 사는 집의 윗층 302호에는 솔희보다 16살 많은 해아저씨라 부르는 사람이 살아간다. 


소설은 그렇게 네개의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시냇가 빌라를 주무대로 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우리가 골목을 경계로 한 이웃의 개념들을 빌라의 형태로 바꿔 놓았다. 과거의 우리가 추구했던 평면의 모습을 수직으로 바꿔 버렸다. 골목이라는 개념에서 발라와 계단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놓았고, 여전히 이웃의 개념은 살아있다. 


201호에 머물러 있는 솔희는 32살 혼자 사는 돌싱녀이다.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 고양이 티티와, 반려견 말랭이, 이둘과 함께 살아가는 솔희는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폐지를 줍는 사람이라 착각할 정도로,우리가 생각하는 가난의 기준을 뛰어 넘는다. 하지만 솔희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알바를 통해서 번 돈으로 집세를 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집주인이 착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집세가 밀려도 재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솔희 뿐 아니라 나머지 세 가정에게도 적용된다고 추측할 수 있으며, 그들은 각자 가난의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는 의식주를 겨우 채워 나가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201호 솔희와 302호 해아저씨의 우연적인 만남.서로 이웃이지만 친해지지 못했던 두 사람은 외로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 만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지게 된다. 서로 만남으로서 좋은 관계, 긍정적인 관꼐가 형성되면 좋으련만, 둘은 서로 계약관계에 불가한 관계였으며, 뭔가 사고칠 것 같은 불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소설에는 사건이 생기고, 그것을 주축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어떤 사건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작가는 사건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이 어던 행동을 하는 이유를 들여다 보고 있다. 누군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이유가 전혀 없이 나타나지 않으며, 그것은 어떤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그 이유를 분석해 봐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다. 소설은 가벼우면서, 묵직한 울림이 느껴지고 있으며, 작가가 설정한 반전을 스토리 안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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