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과 전복 - 현대 한국 영화의 어떤 경향
김영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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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의 이야기는 1999년에서 1979년까지 한 남자의 20년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 남자의 인생사 비밀을, 거기에 묻어 있는 역사의 흔적을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낸다. 주인공을 파멸시킨 세월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도록 이야기에 추리적 긴장감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간 역순의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 플롯은 한 인간이 가진 영혼의 비밀을 탐색하는 가운데 주인공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역사에 관객을 거리두개 만든다. (p75)


소강호는 평범한 인물에서 자기 이미지를 새긴 후 거기서 아주 조금씩 ,그러나 응축된 힘을 머금고 껍질을 탈각하는 ,미세한 동작과 음조와 그 순간의 집중력을 통해 발생시키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응축으로 탈일상적인 순간의 희열을 제공한다. (p117)


<공공의 적>의 주인공 강철중은 겉보기에는 인간 말종이며 하는 짓은 깡패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악질 형사다. 마약을 빼돌린 후 거꾸로 업자들에게 되팔려고 하고 폭력 혐의로 잡아놓은 용의자를 연쇄 강도범으로 용도 변경해 송치시킨다. 그의 책상에는 아무런 사무용품도 올려져 있지 않다. 오로지 주먹과 촉으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범인을 잡아 그것으로 형사직을 연명하는 것이다. 제도에 대한 무지막지만 불신을 깔고 있는 형사 강철중의 이미지는 곧 그가 제도를 넘어선 또 다른 제도이며, 경찰의 테두리를 넘어선 또 다른 경찰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p139)


평론가는 영화를 해석한다.그리고 그 영화의 가치를 검증한다. 영화 속에 또다른 영화에 대한 해석기법은 평론가에 의해서 재해석되어 지고, 관객은 한편의 영화를 보았음에도 평론가에 의해 다시 보는 효과를 얻게 된다. 특히 시간의 틈이 벌어진 추억 속의 과거의 영화 한편이 내 앞에 익숙한 상태 그대로 놓여질 때, 그 영화를 평하는 평론가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나는 평론가의 말과 글을 통해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검증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목적도 여기에 있으며, 나에게 있어서 익숙한 영화들이 다수 있어서 관심 가지고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영화가 그 시대의 표상이 되고 있으며, 그 시대의 독특한 상황이나 시간을 압축하거나 축소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화는 현실을 과장하는 경우도 있으며, 하나의 점을 찍는 경우도 있다. 영화가 쓰여진 그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보게 되면, 그 영화의 속성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이 그 대표적인 경우였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장면들이 그 영화 곳곳에 있기 때문이며, 영화 속 두 주인공 박신양과 전도연은 그 영화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한 개성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왜 영화를 보는 걸까. 그건 영화가 어느 한 시간을 고스란히 녹여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영화는 그 영화 속 장면 장면 하나 허투로 넘어가지 않는다. 영화속 장면 하나 하나는 영화 감독의 철학이 들어있다. 시간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서 관객 스스로 몰입되게 하거나 때로는 산만하게 해 버린다. 영화 놈놈놈에서 송강호와 이병헌, 정우성은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되어 있으며, 그들은 시간의 연속성에서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급하게 움직임으로서 ,영화 속 장면들이 주인공의 숨막힘과 결부되고 있다. 영화의 순간 순간을 관객들이 캐치할 수 있도록 바꿔 놓는다. 때로는 숨막히게 하고, 때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임으로서 주인공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송강호와 전도연, 살경구의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들의 남겨놓은 영화들의 특징들을 자세히 분석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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