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란 기차
한돌 지음 / 열림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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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고 많이들 애쓰는 것 같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에 가까워졌다고 하는데 그것이 5000불이면 어떻고 3만 불이면 어떤가? 오히려 나는 국민소득이 1000불이었던 시대가 그립다.(p26)


강물이 나를 피해서 어디론가 달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 이 강을 슬프게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강 한가운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슬픔이 흐른다고 생각한 그 지점에서 도다른 슬픔이 이어져 흐르는 것 같았다. 강 건너 내 나라를 바라보면서 북쪽에 있을 형들과 누나를 생각해보았다. 남쪽에서 태어난 동생을 알 까닭이 없는 그들이 나를 만난다면 진심으로 잔가워해줄런지 그것이 궁금했다. 왜냐하면 그들과 나 사이에는 그리움을고 이어진 줄이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나려는가?(p37)


가난하다고 불행한 것이 아니고 풍요롭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왠지 행복의 껍데기만 좇으며 사는 것 같다. 무엇이 진정한 가난이고 풍요인지 모를 때가 많다. 그야말로 가난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렇게 행복의 껍데기만 바라보고 산다면 머지않아 슬픔이 사라질 것이다. 새는 한쪽의 날개로는 알 수 없다. 사람도 그렇다. 슬픔과 기쁨의 날개가 같이 움직여야 날 수 있고 행복과 불행의 날개가 같이 움직여야 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 불행은 보지 않고 기쁨, 행복만 본다. 풍요가 지나치면 간나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쪽 날개만 쓴다면 한쪽 방향으로 날 수 밖에 없다. (p126)


꿈이란 마음 속에 돋아난 새잎이다. 날마다 별을 보면서 꿈이 시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별을 보지 않게 되었고, 꿈이 시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꿈이 시든 직접적인 원인은 촉진제였다. 나를 앞세워 새잎에 촉진제를 뿌리도록 한 것은 욕심이었다. 하지만 욕심이 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길이 없었다. 아무리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외친들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꿈은 꽃도 피우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으며 그냥 평생 새잎으로 있는 것인데 거기에다 촉진제를 뿌렸으니...그렇게 한다고 꿈이 빨리 자라는 것도 아닌데 멍청하게 욕심이 시키는 데로 했으니 이런 바보가 또 어디 있는가. 결국 꿈은 말라죽었고 욕심은 그렇게 내 마음에서 꿈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p184)


저자의 이름은 작은 돌맹이 한돌이다. 독특한 이름 속에 감춰진 삶에 대한 익식, 대한민국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기록하고자 한다. 스스로 자신을 허수아비라 묘사하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거제도에서 태어나 남한에서 성장했지만 자신의 고향은 북녘땅 함경남도 영흥군 선흥명 자산리라 말하고 있었다. 북녘 땅에 대한 그리움이 켜켜이 쌓이면서, 스스로 고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책에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인천에서 중국땅을 거쳐 북녘이 바라보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둔 국경지대에서의 기록이 모여있었다. 삶의 변화와 삶의 물길 속에서 그 안에 감춰진 저자의 슬픔의 언저리에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얻기 위한 또다른 몸짓이다. 통일을 꿈꾸면서, 여전히 전쟁을 위해서 살아가는 남한과 북한을 보면서 쓸씀함이 책 곳곳에 묻어 있었다. 그것은 저자에게 슬픔의 깊이였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 않은 세대이지만, 삶의 터전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있음으로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들었던 북녘에 대한 소식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도다른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는 왜 북녘땅을 바라보고, 저자는 왜 북한 땅을 밟고 싶은걸까 질문하게 된다. 대한민국 사회의 자본의 이동, 사람들의 변화 속에서 순수함이 사라지고, 꿈과 희망을 원하면서, 욕심과 욕망으로 채워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으며, 그 변화와 무관한 곳, 북한과 중국의 경계에 서 있음으로서 자신의 순수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저자의 순수함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변화에 대한 낯설음이 중국과 북한을 그리워하고, 그곳을 찾아가게 된 저자의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중국또한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면서, 중국 또한 한국처럼 바뀌고 있음을 만나게 되었으며, 북한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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