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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3 - 2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평점 :
최악은 미트리다테스 왕이 직접봉인한 살인 집행 명령서이 마지막 구실이었다. 바로 로마인, 라티움인, 이탈리아인, 그리고 그들의 노예를 절대 불에 태우지도, 땅에 묻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시신은 사람들 거주지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옮겨 협곡이나 막다른 골짜기,산꼭대기나 바다 속에 썩도록 방치되었다. 로마인, 라티움인 , 이탈리아인 시민 8만명과 그들의 노예 7만여명 모두 총 15먼여 구의 시신, 감히 명령을 거역하고 희생자를 매장해준 지역은 단 한 군데도 없었기에 그해 섹스틸리스에 하늘의 새, 땅과 바다의 시체 청소부들은 마음껏 배를 불렸고,미트리다테스 왕은 엄청나게 높이 쌓인 시쳇더미들을 구경하러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며 한없이 즐거워했다. (p50)
"로마 인민 여러분, 술피키우스는 여기 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법에 선출된 집정관인 제가!-저의 유일한 벗들인 제 병사들을 데리고 저 자신과 제 병사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이 도시에 들어왔을 때 ,푸블리우스 슬피키우스는 로마에서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한데 왜 그자가 도망친 겁니까? 죽을까봐 두려워서요? 그럴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제가 선출직 정무관을, 어느 존경받는 평범한 로마시민을 죽이려고 한 일이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여기에 제 고위 관직을 상징하는 자주색 단을 댄 토가를 입고 서 있으며, 저의 벗들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여기 참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여러분의 대표자인 것처럼, 저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그들의 대표자니까요. 그런데고 술피키우스는 여기에 없습니다! 왜 그자가 여기에 없습니까? 여러분은 진정으로 그가 죽을까봐 겁을 낸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로마 인민 여러분, 그것은 그자가 저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반역 행위임을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그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그가 오늘 이곳에 자리해주기를 바랐습니다!" (p164)
술라가 집정관이었던 해에 법무관을 지낸 앙카리우스는 골수 마리우스 혐오자였고 그 사실에 늘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기 몸이 밧줄에 꽁꽁 묶여 꼼짝도 못하면 모를까,마리우스가 킨나 앞에 서서 행진하는 꼴은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킨나가 그 무지막지한 치욕을 그냥 감수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앙카링누스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은 킨나가 그에게 보낸 처량한 눈빛 때문이었다. 내가 저 냑골을 데리고 굳이 싸워서 뭐하겠는가? 앙카리우스는 속으로 빌었다. 오 루키우스 술라, 속히 전쟁을 끝내고 로마에 돌아오시오!(p343)
달이 차면 ,달은 기운다 했던가,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시대는 점점 기울고 있었다. 수석 집정관 여섯 번, 차석 집정관 한 번을 자랑하는 가이우스 마르쿠스가 가지고 있는 로마의 권력은 이제 술라로 넘어갈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권력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된 로마인들의 삶 저 편에 숨어 있는 정치에 대한 귀차니즘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분석해 볼 수 있으며, 천년의 로마를 지탱해 온 로마 정치의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