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 아픔을 마주하고 헤쳐가는 태도에 관하여
김정원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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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끄러워 할 일이 전혀 아닌 걸 안다. 하지만 딱히내놓고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우울증 치료를 바기 시작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간판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관찰 결과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했다. 정신과는 주로 여러 업종이 입점된 건물에 있다는 거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환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p36)


항우울제는 기본적으로 호르몬 조절에 관여한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발음하기도 힘든 호르몬들이 대상이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고 다른 호르몬들도 우리 감정 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여러 이유로 뇌에서 이런 호르몬들이 적어지는 바람에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호르몬 불균형을 원래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p69)


항우울제와 달리 항불안제는 효과가 빠르다. 먹고 나서 한 시간 안에 약효가 나타나기도 한다. 종류도 많은데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처방받는 약이 다른데다가 종류별로 효과와 부작용을 거론하는 건 역시 내 능력밖이다. 나는 불안감을 낮춰줄 수 있는 약물을 주로 처방받았고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약도 먹었다. 효과는 좋았다. (p71) 


이 책은 현대인들이 많이 걸리는 정신병력적인 증상 우울증에 관한 에세이다. 언로사로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정원씨는 자신이 불안과 걱정의 틈바구니에 살아가고 있으며, 만성 우울증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되었다. 우울증에 걸림으로서 정신과 병원에 찾게 되는데, 그 첫 발걸음을 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그건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신과 병원에 간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편견과 차별에 대해서 저자는 남들보다 더 인지하고 있다. 저자의 직업적인 특징으로 보자면 우울증이나 뇌전증과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취재하고, 그들의 사건 사고들을 다루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병과 사건 사고들을 취재하기 바빴지만, 자신의 그 주인공이 될 거라는 건 상상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우울증 증상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우울증 증상에 대해 인정하였으며,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찾아가게 되었다.


정신과 의원에 찾아가면서도 저자는 기자로서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신과 의원이 위치한 곳에 대해서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세세하게 관찰하게 되었다. 정신과 병원 분위기가 어떤지 , 여느 일반적인 병원에서 보이지 않는 환자를 위한 배려들을 찾아 나갔으며,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기자로서 취재 본능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대중들에게 지식과 정보, 사회적 이슈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졌으며, 자신의 병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병을 바라 보고 있으며, 우울증을 바라보는 세상사람들에게 또다른 사회적인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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