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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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법안 덕에 이제 2년만참으면 되잖아."
마지막에는 언제나 죽음이 화제다. 늘 똑같은 패턴이다. 주변의 노인들이 어떻게 죽는지 모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지 않고, 그리고 너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죽고 싶어한다. 이곳에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가득하다.
누구누구는 잠든 것처럼 죽었다거나 순식간에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모두가 부러워한다.선망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모카는 그런 노인들을 보고 있으면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떠올라 지분이 착잡해진다. 도쿄에 집이 있는데 아파트를 빌려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할머니 병 수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는 조그만 인쇄회사에 다녔다. 어느 날 , 할머니 병 수발에 지친 엄마가 모모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밤중에 몇 번이나 불러 대니 엄마 혼자서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건 알지만 , 모모카는 하는 일이 있으니 엄마를 대신할 수 없었다. (p80)


서랍장에 숨겨 둔 50만엔과 지갑에 든 2만 3,000엔 정도, 그리고 부엌 서랍에는 지난 주 은행에서 한꺼번에 꺼낸 생활비 중에서 95엔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합해서 147만 3,000엔. 내가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은 그뿐이다. (p180)


다음은 예순 여덟 살의 여자가 보낸 글이었다.

70세 사망법안에 절대 반대합니다. 작년 말에 망나니 같던 남편이 암으로 죽어서, 겨우 내 인생을 되찾았습니다. 자유롭게 살았던 독신 때 이후로 처음 느끼는 자유입니다. 음대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노인 요양원과 병원 등지에서 위문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런데 일흔 살이 되면 죽어야 한다니, 앞으로 2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괴롭고 힘들어서 마지못해 살아온 여자들이 많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나이를 먹는다는 걸, 젊은 사람들은 모르는게 아닐까요. 아무쪼록 이 야비한 법안이 폐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p256)


 이 소설은 저출산 고령화가 현실이 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소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으로서 사회는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기르는 시대였으나,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아 기르는 사회적 풍토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생산력이 낮은 노령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노인들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줄어드는 기이한 인구구조를 양산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을 새로 만들게 된다. 70세 생일이 되는 그 날, 한 달 뒤 죽어야 한다는 법안이다. 국민이 반대해도 다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함으로서 법안은 통과가 된 상태이며, 그로 인해 시어머니 기쿠노 씨를 부양하는 가정 주부 도요코의 집안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즉 이 소설은 법안 하나가 바뀜으로서 다섯 명이 함께 살아가는 가정의 또다른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그 자체였다.


그렇게 법은 통과 되었고, 2년뒤 법은 시행되는 것이다. 그 2년의 시간동안 70세가 넘어가는 이들은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즉 가정주부 도요코 씨는 13년간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일이 2년 뒤엔 사라지게 되고,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집을 나와 살아가는 서른 살 다카리다 모모카와 그의 남동생 스물 아홉 마사키는 법안 통과에 대한 생각이 엇갈리게 되었다. 할머니를 모시는게 싫어서 밖에 너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모카는 법안 통과로 인한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 법안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게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3년만에 나와 히키코모리가 되었던 마사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도요코씨에게 얼씬도 하지 않았던 시누이 아케미와 기요에는 법안이 통과 되자마자 자신에게 재산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기쿠노씨는 두 딸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으며, 재산을 자신이 생각한 데로 배분하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은 그렇게 1년 동안 법이 바뀜으로서 한 가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잇는 그런 소설이다. 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들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법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쪽이며,반대하는 쪽은 이익을 상대적으로 적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이들은 법이 바뀌길 바라고, 이제 해방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그 법이 바뀌는 것에 대해 반대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그들의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걸 보여주는 웃을 수 없는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며,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쓸쓸함을 먼저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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