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作なんか、こわくない (單行本(ソフトカバ-))
유즈키 아사코 / PHP硏究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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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야, 허황된 꿈을 꾸는 여자가 아니에요. 그렇게 욕심많은 여자가 아니라고요. 내 바람이라면 그저 확실히 일하고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편히 잠들 수 있는 깨끗한 집이 있는 거에요. 침대 하나, 식탁하나, 의자 두개만 있으면 돼요. 더는 필요 없어요. 아 맞다! 그리고 내 힘이 닿는 한 아이들을 좋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p38)


비너스가 등장했다.극장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나는 알몸이었다. 자기 육체가 지닌 절대적 힘을 확인하듯, 그녀는 태연자약한 뻔뻔함을 덧입은 채 나신을 드러냈다. 몸에 걸친 것은 얇은 레이스 한 장 뿐이었다. 둥근 어깨, 창끝처럼 단단하게 솟은 장밋빛 젖꼭지와 탄탄한 유방, 음란하게 흔들리는 풍만한 엉덩이, 육감적인 구릿빛 허벅지 등 그녀의 육체 구석구석이 거품처럼 새하얗고 가볍디 가벼운 천 사이로 또렷이 비쳐 보였다. 순진한 나나 안에 있던 본영의 "여성'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변에 불안을 흩뿌리고 '여성'이 지닌 광란의 발작을 보이며 음밀히 욕정을 자극했다. 나나는 줄곧 웃는 얼굴이었다. 그런아 그것은 팜파탈의 통렬한 미소였다. (p43)


뭐 잘 생각해보면 로지가 다른 여자보다 특별히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그저 남들보다 유혹을 많이 받았을 뿐이죠. 로지를 비난하는 여자도 만약 자기가 유혹받을 기회가 많았다면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모르죠.(p157)


그들은 내가 한 일, 말, 생각까지 모조리 폭로할 수 있으리라.하지만 마음은 본인보다 붙잡을 수 없는 작용인 만큼 여전히 무너뜨릴 수 없으리라. (p198)


남들의 평가가 신경쓰이고 되도록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시대든 매혹적인 인물에게는 추문이 따르는 법, 욕 한번 들어보지 못한 여자가 오히려 지루하지 않은가? 악평이란 시대나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이나 재산으로 바뀔 수 있는 자신의 소중한 일부니까. (p205)


내가 서양 고전을 좋아하는 단 한가지 이유는 등장인물의 '지나침'때문이다.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장장 한 페이지에 걸쳐 할 말, 못할 말 마구 퍼붓지 않나. 충격을 받으면 갑자기 기절해버리지 않나, 실연을 당하면 병으로 쓰러지지 않나. 하인에게 닥치는 대로 화풀이를 하지 않나. 욕심이나 증오같은 감정을 몇 년이고 끈질기게 질질 끌지 않나.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수명도 훨씬 짧았고 오락이나 선택지가 적었던 시대라 감정만이 유일한 이정표니, 민폐를 끼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마음 가는 대로 따를 수박에 없었으리라(p218)


책 한 권을 읽어 나간다. 책 속에 또다른 일상이 보여지고, 그 안에 또다른 책이 소개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선택지 않에 있는 책들은 위험 요소가 다분히 섞여 있다. 하지만 누군가 선택해 주는 책은 나에게 위험 요소들을 덜어주고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준다. 유즈키 아사코의 책이 바로 그런 책이며, 나는 이 책에서 내가 담을 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보게 되었다.


저자는 서양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를 주인공의 지나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건 바꿔 말하면,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속에는 '지나침'이 그다지 없다는 것 아닐까,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나 이질감을 서양 고전 속에서 느꼈고, 그것이 저자가 책을 고르는 선택의 이유가 된다. 책에는 여성들이 주로 읽는 책들이 소개 되고 있는데, 조지 오웰의 목로주점, 나나 처럼 팜므파탈적 요소가 개입된 작가들이 다수 소개 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에밀졸라의 '나나'를 여러 차례 읽었지만, 목로주점의 속편이라는 것을 이책을 통해서 알게 된 거였다. 여성의 관점에서 팜므파탈, 악녀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은 어떠한지, 저자의 생각 속에 박혀있는 여성의 심리를 엿 볼 수 있다.


이 책은 섬세하며, 일상적이면서 반복된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책을 쓰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인터넷이 되지 않은 까페에서 책을 써내려 가는 작가 유즈키 아사코는 자신이 선택한 책들 대부분은 자기 탐색을 하기 위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었다. 섬세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접목할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처럼 한국에 소개된 책들이 다수 있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어서 조금은 의외였다. 이 책은 상당히 두꺼우며, 서양 고전임에도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그 책에는 뭔가 독특함이 묻어나 있으며, 인간의 욕망 속에 감춰진 또다른 파멸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인간이 보여주는 집착과 욕망 추구, 더 나아가 누군가를 억압하고, 착취하려는 이유, 포경선 피쿼드 호를 타고 고래를 잡기 위한 에이해브 선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지나침 그 자체이면서, 민폐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는 존재였다. 이 책에는 바로 그에 대한 분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모비딕을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을 일렁 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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