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시화 - 천 일 동안의 시와 이야기
현우철 지음 / 우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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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도록 슬픈 시는 이제
될 수 있으면 쓰지 말아야지

가슴 아프도록 슬픈 시는 나를
자꾸만 약해지게 하니까

쓰면 쓸수록 나를 '공' '격' '하' '는'
수많은 칼날과 화살의 언어를

이제는 바보같이 즐거운 시를 쓰고 싶다.
이제는 바보같이 행복한 시를 쓰고 싶다. (p26) 


비평가들은 이러쿵 저러쿵 비평하는 것이 일이라네
자연을 노래하면 자연을 상품화시켰다고 하고
도시를 노래하면 도시를 상품화시켰다고 하네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면 통속적이라고 하고
밥을 먹고 살기 위해 노래하면 상업적이라고 하네
시인은 마음놓고 자연과 도시를 노래하지 못하고
남녀 간의 사랑도 밥을 위해서도 노래하지 못하나
시인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노래해야 하나
머리 아픈 비평가의 비평을 요리저리 피해서
비평가가 듣기 좋은 노래를 해야 진정한 시인인가
사랑시면 어떻고 노동시면 어떻고 정치시면 어떠리
자기가 쓰고 싶은 시를 쓰며 한평생 살면 되는 것이지. (p26)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인생 교육이라는 건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것을 미리 알려주어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것이었네 나이가 어릴 때는 세상을 별로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의 울타리에 쉽게 갇혀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네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와 몸소 세상을 10여년 살아가다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나는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배워 왔던 것일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였을가 생활비를 벌고 대출을 갚아나가기 위해서였을까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위해서였을까 아 좀더 일찍 제대로 깨닫지 모샜더라도 세상을 그렇게 원망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었네 아.. 좀더 일찍 깨닫지 못했더라도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던 것이었네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늘 없었던 것은 아니었네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결코 잘한 일이 아니었네 우주가 무한하듯 행복 에너지도 무한했던 것이었네 분수에서 분모를 0에 최대한 가깝게 하고 분자를 무한대에 이르게 하면 무한대의 무한대가 되는 것처럼 행복 에너지도 무한했던 것이었네 또 누구에게나 길은 열려 있었던 것이네 가야 할 곳을 정하면 우주는 마법처럼 길을 보여 주었던 것이었네 세사을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인생 교육이라는 건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것을 미리 알려 주어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것이었네. (p96)


2016년 2월 천일시화 에고를 처음 읽게 되었다. <천일시화 에고> 1권을 읽게 되었고, 두번째 책도 읽어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시집이 다시 내 곁에 다가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을 스스로 느껴 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회사원으로서 시간을 쪼개어 가면서 써내려 갔던 인고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세상 사람들 앞에 놓여지게 된다. 때로는 독자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때로는 자신이 쓴 시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고, 욕을 하면 어떻할가, 이 양갈래의 마음과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으며, 저자의 시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 저자의 시상을 느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보게 된다.


처음에 몰랐던 그 부분들이 조금씩 보여졌다. 저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고,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 싶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는 시를 통해 말하고 토해내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잃어 버려도 되는 것은 무엇이며, 보존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저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시를 통해서 우리 앞에 들려주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촌철살인으로 다가와 나에게 아차 싶은 뜨끔함을 선물해 주곤 하였다. 나 스스로 가슴 언저리에서 반성하게 되고, 때로는 내가 놓치고 있었던 삶의 방정식, 감사함과 고마움의 실체를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행복을 말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언제나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 나아야 한다. 행복 에너지는 누군가 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나오는 에너지였다. 나의 생각만 살짝 바꾸면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 책에는 바로 그런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 삶에 대한 지혜를 고스란히 시에 반영되어 있었고, 나는 그의 시를 통해서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지혜를 얻게 되었다. 저자 현우철님의 시에 대한 사유를 천 편의 시를 통해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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