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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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델마에게 잠들었고 델마는 나에게 잠들었습니다. 델마의 커다란 눈동자를 가만히 들어다보면 별빛이 우거진 저녁하늘에서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 선율 속으로 백양나무 가득한 숲길이 펼쳐졌습니다. 가지마다 내려앉은 달빛의 소곤거림 속에서 은백색의 이파리들이 춤추었습니다. 델마와 함께 꿈을 걷다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에 닿았습니다.수면을 스치는 바람의 무늬가 달빛과 어우러졌습니다.그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한 피아노 연주자의 손길이 울려왔습니다. 다 괜찮다고 ,이제는 평안하라고, 따뜻한 체온으로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밤의 동공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떳습니다. 델마가 연못의 중심을 향해 걸어가면 수면 위에 아름다운 음들이 머물렀습니다. (P33)


우울한 날에는 그림자들이 찾아왔습니다.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희미해진 이야기가 어둠 속의 무언극으로 그려졌습니다. 자정 무렵 한 그림자가 현관문 앞에서 맞은편 아파트에 걸려 있는 손톱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문득 아파트 입구로 스며드는 두 그림자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 거렸습니다. 한 그림자가 주변을 살펴보더니 한 그림자에게 가볍게 입맞춤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순을 흔들었습니다. 한 그림자가 은은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한 그림자가 머리를 매만지며 뒤돌아섰습니다. 그 순간 어느새 뒤돌아온 한 그림자가 한 그림자를 끌어안았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입맞춤했습니다. 헤어지기 싫지만 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들처럼 ,검정과 검정이 뒤엉켜 세찬 폭풍우 속의 나뭇잎처럼 흔들거렸습니다. 사랑의 격정을 이기지 못해 더 깊은 검정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떠나간 자리에 한 그림자가 그려졌습니다. 몸이 들썩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P73)


한 생명을 생각하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깊이와 고찰이 느껴지는 책 한 권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 김은상씨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소설속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었다. 차가운 액체 형태의 물에 열을 가하게 되면 기체로 바꿔 놓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들은 고체에서 액체로,액체에서 기체가 되는 것 같이 소멸되어지는 숙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외로움과 고독감에 사무쳐 있었던 주인공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성숙한 존재로서 자신의 존재적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고, 엄마에게 길들여지듯 살아갈 수 박에 없었던 주인공의 삶 속에 슬픔와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불현듯 찾아왓다. 사랑의 실체는 주인공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고양이 델마와 이성으로서 경화에 대한 사랑, 두 가지 사랑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동질감을 느끼는 애틋함이었다. 주인공은 고양이 델마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추었고, 위로를 얻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이 델마인 것처럼 행동하게 되었다.니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말처럼,델마가 아프면 자신도 아파했고, 델마가 사라지면, 자신도 사라진 것 같았다. 그렇게 델마는 주인공의 곁에 머물다가 소리소문없이 떠나가 버리게 된다. 물론 자신의 첫사랑이나 다름없었던 경화마저도 마찬가지였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은 그렇게 외로움에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취했지만, 그 사랑의 실체가 사라짐으로서 다시 외로움에 사무치면서 살아가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 자신이 생명체와 동일시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가져오는 또다른 위험이나 리스크를 느끼는 한 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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