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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ㅣ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평점 :
마취 덕분에 소는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었지만, 거세기의 두 손잡이를 닫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나느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극도로 압박을 받으면 인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는 놀라울 정도다. 내 콧등에서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은 힘을 쥐어짜자, 거세기의 금속 손잡이가 조금씩 닫히다가 마침내 주둥이가 찰칵 소리를 내면서 맞물렸다. (P13)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수술이 이루어졌고, 설파제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흥분시킨 것은 더 좋은 상처 치료법이 긴급하게 필요했던 전쟁 덕분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의 발전이 엄청난 추진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유선염 치료제가 유방 내 튜브 형태로 나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수의사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우리의 재래식 치료법을 망각 속으로 휩쓸어버릴 치료제 군단의 전위부대였다. (p30)
피부병은 이제 몸 전체에 퍼져 있었다. 털은 다 빠지고 헝클어진 털뭉치만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이었다. 기다란 귀는 더 이상 황금빛이 아니었다. 귀는 얼굴과 머리의 나머지 부위와 마찬가지로 털이 다 빠진 상태였다. 온몸의 피부는 두꺼워지고 쭈글쭈글해지고 푸르스름한 빛을 띠었다. 내가 손으로 눌러 짜면 고름과 장액이 서서히 스며 나와 내 손가락 주위로 올라오곤 했다. (p121)
지금 현대인들의 삶 속에는 컴퓨터와 모바일이 있다. 이 두가지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요긴하게 쓰여지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컴퓨터 없이 살아가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기계 문명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은 과거보다 더 빨리, 더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자 애를 쓰고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독특한 삶의 양식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된다. 제임스 헤리엇의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를 읽으면서 컴퓨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현재 우리는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를 가리키고 잇으며, 정현적인 미국 사회의 시골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골과는 좀 다른 모습을 추구하고 살아간다.
책을 읽게 되면 익숙함과 낯설음이 교차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의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별반다르지 않다는 거였다. 동물과 씨름하면서 살아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인 지식과 의료 과학을 접목해서 생명을 살려 나가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돈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되는데, 돼지에게 걸리는 법적 전염병을 돈역이라 부르고 있으며, 소를 예로 들자면, '구제역'과 같은 전염성이 강한 수인성 질병이라 말할 수 있다. 책에는 돈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돼지들을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의 갈등이 여실히 묘사되고 있다.
수의사로서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는 제임스 헤리엇이 자꾸만 상상하게 되었다. 제임스 헤리엇은 혼자서 동물들과 씨름하고 고군분투하게 된다. 특히 동물들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재산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면서, 그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암묵적인 임무도 같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졌던 시대적인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그 당시를 가리키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전쟁포로가 생겨나고 있었다. 책에서는 의료혁명과 과학혁명도 동시에 나타나는 모순된 우리의 일그러진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디에선가는 죽음과 싸워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학기술이 발달하게 되었으며, 전쟁에서 사람을 살리는데 요긴하게 쓰여졌던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점차 동물로 확대되어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