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100주년 시집 - 님의 침묵,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날이 오면, 모란이 피기까지는, 광야, 쉽게 씌어진 시
한용운 외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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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만은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조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p51)


조선은 술을 먹인다.

조선은 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입을 벌릿고 독한 술잔으로 들이붓는다.

그네들의 마음은 화장터의 새벽과 같이 쓸쓸하고
그네들의 생활은 해수욕장의 가을처럼 공허하여
그 마음, 그 생활에서 순간이라도 떠나고자 술을 마신다.
아편 대신으로, 죽음 대신으로 알코올을 삼킨다.

가는 곳마다 양조장이요, 골목마다 색주가다.
카페의 의자를 부수고 술잔을 깨뜨리는 사나이가
피를 아끼지 않는 조선의 테러리스트요,
파출소 문 앞에 오줌을 깔기는 주정꾼이
이 땅의 가장 용감한 반역아란 말이냐?
그렇다면 전봇대를 붙잡고 통곡하는 친구는
이 바닥의 비분(悲憤)을 독차지한 지사로구나.

아아, 조선은, 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뜻이 굳지 못한 청춘들의 골을 녹이려 한다.
생재목에 알코올을 끼얹어 태워버리려 한다.(p145)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 독립을 염원하기 위해 헤이그 특사가 실패로 끝나버리고, 고종 임금의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인해 조선 강토가 들풀처럼 슬픔과 분노로 들끓게 된다. 조국을 잃어버린 것 뿐만 아니라, 슬픔 언저리에 숨어있는 그들의 뜨거운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은 1919년 3월 1일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죽음을 통해서라도 후대에 희망을 분출하기 위한 조상들의 뜨거운 열망들이 모이고, 모여서 조국 독립은 현실이 되었건만, 서양 열강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 두 동강나는 아픔을 간직한 채 , 70년의 세우러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고국을 잃어버린 아픔을 그들은 글필로서 나타내고자 하였다. 수많은 조선의 문인들 중에는 조국의 독립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고, 친일을 하면서 변절자라는 소리도 들었던 이들도 있었다. 책에는 그 중에서 독립을 간절히 염원하던 여섯의 시인의 시가 100편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들의 시구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서정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왔다. 그 서정적인 시어 하나에 숨어 있는 뜨거운 열망,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이 그들의 서정 그 자체였다. 아니 그들이 서정시를 남겼던 것은 그들에게 허용된 제한적인 상황 때문이었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감히 추측해 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뜨거움을 안고 있었다. 조국을 잃어버린 슬픔은 <서시,<별헤는 밤>을 남긴 윤동주의 삶에 고슿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그의 죽음 언저리에 숨어 있는 일제 만행의 서슬퍼린 고통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또다른 고통의 실체였으며, 현실이었다. 서정시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그들의 저항적인 가치가 있었고, 그럼으로서 우리는 그들의 시 하나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 또따른 이유였다. 시어 곳곳에 그들의 생각이 묻어나 있었으며, 변화된 조국의 또다른 모습들이 관찰되어진다. 시대적 아픔과 시대적인 변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립을 꿈꾸었던 그들의 삶과 ,그들의 의지가 반영된 그들의 시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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