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형 인간 -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사과집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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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알고 있고, 항상 힘을 실어준 어른에게 이제 팀장님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 정말, 정말 이제 끝이구나 싶어서,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는 조직에서 내가 정말 나가는구나 싶어서. 진짜 혼자가 되는 게 느껴져서. (p106)


'왜 나가기로 한 거야?'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게 뭐야?'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어떻게 늙고 싶어?'

수많은 질문의 끝에 이 선택이 있었다.
지금은 분명히 도약의 순간익다. 

내가 어제 내뱉은 말이 쪽팔리지 않게 살자.
그러면 언젠가 다시 만날 때도 부끄럽지 않을 거야.(p111)


퇴사를 하면 내 자리가 증발되는 것이지 나라는 자아가 증발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3년 도안 기억된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관계들은 어디로 갈까? 나는 또 어떤 정체성 위에서 나를 설명해야 하나?(p130)


관음이라고 하면 보통 관음의 대상, 즉 염탐되는 대상이 억압받고 규제받을 거라 얼핏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관음에 의해 규제당하는 쪽은 본인이다. 염탐되는 대상은 자신이 염탐되는지 모르기에 자유롭다. 그러나 타인을 우연하게든 의도적이든 엿보게 된 사람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떠밀려 안는 꼴이 된다. 내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하는 앓은 정보가 아니라 억압이다. (p162)


이 책은 직장인으로서 퇴사 이후의 저자의 소회이다. 저자는 왜 3년만에 자신이 생각했던 회사에 나와야 했는지, 자신과 회사의 불분명한 관계 속에서 직장 상사가 보여주는 작태, 회사 시스템이 저자의 퇴사 이유의 또다른 결과물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들어왔지만 , 회사의 소모품이 되지 않으려는 저자의 주체적인 생각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상황이며, 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저자의 명확한 가치관, 사회를 바라보는 분명한 시선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공감이라는 건 무엇일까. 수많은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사직서를 품고 살아간다. 사직서를 품고 살아가지만, 쉽게 사직서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과 엮여 있는 상황과 사람들 때문이다. 그래서 사직서를 쓰고, 제출하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 있으며, 직장인이라면 공감 코드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의 특징이며, 저자의 생각 속에 심층적인 사유가 존재하고 있다. 


퇴사를 하더라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저자는 자신이 퇴사를 할 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상사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다시 취업 문을 두드리게 된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불안과 걱정의 실체가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다. 그것은 저자의 딜레마였으며, 직장인이라면 느낄 수 있는 생각들이다. 


이 책은 솔직하다. 스스로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모범생으로 학창시절을 보냈고, 장녀로서 굴러온 그 시간과 삶의 테두리들, 세상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 의미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였다. 그것이 저자의 직장 생활의 한계였으며, 스스로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직장인으로서의 식상한 패턴들을 하나 하나 짚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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