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뉴스의 나라 -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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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마침내 입을 여는 보도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며칠간 해킹의혹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음에도 지상파 등 주요 언론은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혹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뉴스를 잘 보지 않던 사라믈마저 '국정원이 해킹 당했다는데? 라는 어렴풋한 인식을 가지게 될 즈음 , 국정원의 해명과 여야 간 정쟁이라는 뉴스가 쏟아진다. 그럼 사람들은 '아,간첩들 잡으려 한 거구만' 아니면 '저것들 또 싸우네!'하며 그 뉴스를 머리에서 지운다. 바로 침묵하는 미디어의 힘이다. (P156)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팩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까지 육하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P178)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권리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 씨도 빨간 딱지를 피하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달 17일 기사 "시위 중상 60대 ,운동권 출신으로 제적, 3년 복역"에서 제적, 학생운동 주도, 구속 및 복역 등의 단어로 백 씨를 묘사했다. 이에 더해 "중앙대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복학생 왕고참'으로 불렸다."는 풍문까지 전했다. 네이버 기사 밑에는 백 씨를 '빨갱이'라고 욕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운동권 출신은 물대포 맞고 죽어도 된다는 뜻일까?(P186)


'너 빨갱이지?'라는 다소 고전적인 수법이 지금까지 통하는 이유는 이 질문에 한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는 아니라고 외쳐도 도통 벗어날 수가 없다. 순간의 위기를 넘긴다 해도 질문은 끝없이 반복된다. "애국가를 거부하는 세력과 연대 안 한다" 고 선언해도 언론은 끊임없이 야당과 시민연대에 통합진보당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P201)


한편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14년 1월 27일 "친일파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썻다. 한국이 일본과 갈등을 지속하면 삼성전자의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감정을 자제하자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런 칼럼들은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친 삼성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앙일보와 삼성의 관계적 특수성으로 인해 의도와 무관하게 칼럼이나 기사가 삼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보도라고 의심받을 때도 있다. (P216)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순진하지 않다. 대한민국이 삼성 공화국이라 불리울 정도로 사회 곳곳에 기업 삼성이 쳐놓은 덫에서 우리는 삼성이라는 기업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사법,입법, 행정까지 마수걸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삼성은 이제 뉴스까지,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거부하고, 막는 대한민국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모습들 뒤에 감쳐진 나쁜 뉴스는 어떻게 생산되고, 뉴스 소비자는 그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하나둘 짚어 나가게 되면, 뉴스와 언론의 민낯은 어디까지인지 파악할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어뷰징 기사들, 대체로 언론들은 취재를 하고, 취재를 통해서 기사를 내보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포털사이트가 있고 , 수많은 언론이 양립함으로서, 뉴스를 짜집기해서 다른 기사인것처럼 양산해 내고 있다. 때로는 광고이지만, 광고 아닌 것처럼 내보내는 기사들도 상당히 많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어떻게 살아남는지 찾아볼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특히 어뷰징 기사들이 넘쳐남으로서 뉴스 소비자는 뉴스를 통해서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게 되고, 자신이 보는 관점에서 뉴스를 소비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뉴스를 제대로 비판하면서 보자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뉴스에 대해 깊이 들여다 보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나 사회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뉴스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뉴스 기사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기사를 쓴 사람의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서 기사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내가 사는 가까운 경북 예천에서 일어난 뉴스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어떤 뉴스가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그 뉴스의 취재가 연속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그 뉴스 하나로 인해서 이해관계가 겹쳐진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나의 뉴스로 인해서 국민들은 공분하게 되고, 대로는 분노하게 되는데, 언론과 미디어는 그 속성을 철저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스의 가치를 스스로 짚어나가고, 나쁜 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 사실과 거짓이 겹쳐지는 뉴스 기사 안에서 사실이지만, 진실이 숨어 있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종이 신문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소비자는 종이 신문을 소비하지 않지만, 종이 신문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종이 신문이 사라지는 그 시점이 신문을 찍어내는 윤전기가 교체되는 그 시점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전기 하나 교체할 돈이 없다면, 그 언론사는 언론사로서의 존재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즉 저자가 종이신문의 수명이 코앞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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