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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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을 확인한 뒤 검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사항은 '왜 죽었는가?' 다. 즉 의학적인 사망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배운 수많은 질병명이 사망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죽었는가?' 하는 죽음의 방식, 즉 사망 종류를 가려낸다. (p26)


법의학자에게 재판 과정에서 감정한 부검 소견이나 의견을 진술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의료 과실소송 등에서도 법의학자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법의학자에게 법정의 진술은 당연한 사회적 책무이지만, 가끔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하면 범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다. (p45)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부산에 있는 세 명을 제외하고, 전부 전국에 흩어져 있다.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도 법의학자들은 절대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같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만약 사고라도 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 사고가 발생해 한꺼번에 죽는 일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 법의학자가 전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p50)


법의학자는 확실한 증거로써만 진실을 추구한다.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든 서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명확한 증거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쌓인 느낌이라든지 감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판단은 오롯이 백퍼센트 과학적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학이다. (p55)


법의곤충학에서는 시체에 붙어 있거나 그 주변에 있는 곤충의 종류와 발달 정도에 따라 사망 시각을 추정한다. 이러한 법의곤충학 이외에도 부검에서 함께 실시되는 과학적 방법에는 알코올 및 약독물 분석, 유전자 분석, 조직 병리학 및 플랑크톤 분석 등이 있다. (p99)


책이 가지는 장점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경험들을 얻거나, 내가 전혀 마주할 가능성이 없는 직업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독서는 큰 효과를 얻게 된다. 독서를 하게 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잇다. 한편 독서는 독이 될 수 있으며, 왜곡과 편견의 소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유성호씨의 직업은 바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직업, 법의학자이며, 그들의 직업적 특성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이 하는 법의학자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으며, 저자는 법의학자로서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은밀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


살아가는 것은 거의 다 비슷한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소수의 부자들의 사건 사고들이 자주 언급되는데, 그것은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일상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삶은 거의 비슷한 삶을 추구하고 살아간다. 문제는 어떤 사고가 일어날 때이다. 그것이 예기치 않은 죽음과 연계되어 있을 때, 그 순간 법의학자가 필요하다. 사실 살아가면서 법의학자와 마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게 어쩌면 더 나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법의학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면서,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은 죽음 앞에 서 있는 존재이다. 어떤 사건 사고로 인해 죽게 된 어떤 사람들의 죽기 직전의 시간과 장소를 재현하는 것이 법의학자가 하는 일이다. 죽은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 무슨 이유로,왜 죽었는지 알아내는 것, 그 과정에서 범인의 진술과 사망 이유가 일치 하는지, 일치 하지 않는지 가려내게 된다. 용의자가 거짓을 말할 때 법의학자는 진실을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찾아내며, 그것은 재판이나 수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하는 일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커튼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사건 사고로 죽은 사람 수에 비해, 법의학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사건 사고가 상시적으로 일어날 때 그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시체와 마주하면서,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다양하게 ,축적된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진실 찾기를 골몰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범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때도 있다. 법의학자에게 있어서 사명감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쓰여지는 단어이며, 그들이 우리 사회의 작은 등불이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 한 권에 정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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