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김옥림 지음 / 미래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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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혜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순간부터 너는 이제껏 인서에게 지켜왔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히게 될 거야. 그건 네가 사랑하는 인서에 대한 배신이야. 그래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바라볼 수 있겠어? 아냐 , 넌 절대로 바라볼 수 없어. 그건 가식에 불과할 테니까. 진정한 사랑을 위한다면 우정을 팔아서는 안 돼. 그건 자칫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어. 그래도 좋아?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전화해. 하지만 혜빈의 도움을 받는 순간부터 넌 늘 자책하며 살게 될 거야. 내 말 명심해.' (p90)


'저 강물을 따라 가고 싶다. 나도 강물이 되어 어디든지 흐르고 스며들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내가 강물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간다면 인서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나는 강물조차 되어서는 안 되는구나. 아니, 될 수가 없는 존재구나. 나는 가족을 궁지에 몰아넣은 나쁜 남편이지. 나쁜 아빠니까. 내가 속죄를 받는 것은 끝까지 버텨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잃어버린 웃음과 행복을 찾아 주는거야. 난 함부러 강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강물도 나를 패배자라고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p106)


<가을의 시>

가을엔 단풍에 고이 저어 보낸
어느 이름 모를 산골 소녀의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가을엔 눈 맑은 새가 되어
뒷동산 오솔길 풀잎 위의 아침 이슬 머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햇푸른 사랑의 노래이고 싶다. (p155)


소설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실패로 인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씁쓸함이 묻어난 있다.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서있는 한 남자는 바로 한때 돈많은 사장으로 불리는 조민수이다. 조민수와 함께 네명의 절친들, 홍혜빈과 동수, 박종민.그들은 서로 떨레야 뗄수 없는 관계였다. 사랑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정이라는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민수, 동수, 종민, 혜빈은 그렇게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유빈과 유리의 아빠이자. 인서의 남편 조민수에게 불행이 찾아오게 된 것은 영창실업 대표 박종민이 찾아오고 난 뒤었다.


돈이 문제였다. 가까운 지인에겐 돈도 함부러 빌려 줘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돈을 빌려줄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살아간다. 문제는 그 원칙을 민수는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 자신도 13억의 어음이 있었지만, 절친 박종민이 찾아와 2억을 빌려달라고 하는 말에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던 민수는 결국 어음을 써 줄 수 밖에 없었다. 민수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을거라고는 미쳐 예상하지 못하였다. 사기를 치고 미국으로 사라져 버린 종민은 말 그대로 나쁜 놈이었다. 그 화살을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어 돌아와야 했던 민수는 아내와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잘 나갈 때와 잘 나가지 않을 때, 그것은 하늘과 땅,극과 극이었던 거다.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게 되었고, 민수는 하루 아침에 이혼하게 된다. 유리와 유빈과 떨어저 살게 되면서, 민수는 재기를 꿈꾸면서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운명은 그러나 민수 편이 아니었다. 스스로 성실하게 살아가면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민수 앞에 나타난 불청객은 아내에게 또다른 고통으로 찾아왔으며, 민수는 그 고통이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고통을 분담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또다른 사랑의 실체가 아니었던가. 민수는 그렇게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으며, 민수는 자신의 잘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고스란히 감내하게 된다.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의 씁쓸한 결말이 펼쳐지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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