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만나다 푸른도서관 82
유니게 지음 / 푸른책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억울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나는 그냥 나 자신일 뿐인데.. 왜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을까?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 내 혈관을 흐르는 피까지 모두 변질되어 버린 것만 같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탓다. 골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차올라 있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속에서 골목은 더 음침하고 남루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속에서 집시 가족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이 골목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빠는 언제쯤 돌아올까? 아빠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아리가 휘청했다. 이 골목의 다른 이름은 절망이었다. (p27)


나는 엄마를 노려보았다
엄마도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씩씩대며 속으로 되뇌었다. 

절대로 ,절대로 지지 않을 테다. 절대로, 절대로 엄마 말에 속지 않을 테다.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비참해지지 않을 테다.(p103)


성장소설이다. 중고등학생이라면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 책 속에서 우리들의 절망감 가득한 자화상이 그려지고 있다. 어른이 보호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방치된 채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하는 집과 학교 마져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 중심에 서 있는 소녀의 일그러진 자화상, 그 일그러진 자화상을 회복시켜 주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보색되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민정이다. 미술을 좋아하고,그림을 그려서 미대에 가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 하지만 그 꿈마저 자신 앞에 놓여진 장애물들 때문에 그 꿈은 가로 막혀 버렸다. 친구들, 홍주리 패거리는 언제나 민정을 괴롭힐 준비가 있었고, 그나마 민정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이는 승우 오빠였다. 주변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승우오빠가 왜 하필이면, 별볼일 없는 나에게 눈길을 주는지, 그로 인해서 가시밭길을 걷게 되는 민정의 모습은 주인공의 삶의 터전과 가족들로 인해 꿈이 아스라히 안개처럼 갇혀 버리게 된다. 


민정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만 그리고 싶었던 아이. 그림을 그리지만, 그 그림을 그려야 하는 목적은 자신의 꿈보다는 엄마의 꿈이 먼저 였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가야 한다는 그 무거운 책임감은 민정의 절망감의 시작이었고, 그 안에서 점점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절감하면서 깊은 불행의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된다. 민정은 열등감과 결핍이 가득한 아이였다. 그 결핍과 열등감이 자신의 불행이 씨앗이라고 생각한 민정의 모습들은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학창시절의 또다른 불행이라고 볼 수 있다. 승우 오빠를 좋아함으로서 자신을 둘러싸게 된 홍주리 패거리는 틈만 나면 민정을 괴롭히고 있었고, 고아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게 된다. 민정은 스스로 자신은 고아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거부하면 거부할 수록 그것이 자신을 옥죄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 거다. 민정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열등감과 결핍은 불행에서 성장으로 바뀌는 것, 이 소설이 보여주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였다. 그 순간에는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아픔이 마냥 아픔으로 끝나지 않응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며, 성장의 씨앗, 또는 성장의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소설 속 주인공 민정에게 투영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