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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미술관 유혹하는 한국 미술가들 - 도슨트와 함께 떠나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전
김재희 지음 / 벗나래 / 2019년 1월
평점 :
1990년대 말경부터 관객과 미술 관계자 사이에서 아토마우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동기가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가 미술작품에 등장한다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점점 작품을 전시에 내 달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작품을 소장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p27)
김환기는 조선백자의 자연스러운 둥근 맛을 달그림에 담아냈다. 그는 1956년부터 1959년까지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고국의 자연, 고향마당의 매화가지로 떠오른 보름달, 고향 바다와 하늘의 쪽빛, 백자의 선과 목가구의 면 구성을 자연 그대로 간직하면서 상징과 추상의 기법을 차용해 화면의 분위기를 살렸다. 그는 파리 한가운데서도 파리 화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작품 세계의 자존을 굳히는 계기로 승화했다. (p46)
이우환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대상처럼 존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본래 예술작품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헤어진 연인과 같이 즐겨 갔던 카페에 가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품을 잡고 있을 때 훅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 그것이다. (p55)
현대미술은 악마적인 것이나 기괴한 것, 충격적인 것, 소름 끼치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 파괴, 살인의 미학에 대한 것을 다루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그만큼 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드러내는 거울로 미술이 강조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p69)
이쾌대는 전통 복식인 두루마기를 입고 서양 중절모를 썻으며, 한 손에는 유화 팔레트를, 다른 손에는 동양화 붓을 들고 있다. 이는 이쾌대가 서구식 교육을 받은 한국인 화가로 일본에서 사양화과를 나왔으나 그가 지향하는 바는 우리나라의 정서임을 암시한다. 동양과 서양 , 전통과 근대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야말로 작가의 얼굴에 드리운 긴장감의 정체이자 그가 직시하는 자기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p78)
미술은 현재를 관찰하고, 현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프리즘화하여,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책에는 그 예술적 프리즘의 영역에 도전하는 24명의 미술가를 돌아보고 있으며, 그들의 미술 작품의 세계를 분석하고 엿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자신의 미술적인 위치에서, 독창적이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미적 감각을 발휘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온전히 표현하려 하는 미술가의 삶의 법칙은 일반인들이 보는 세상에서 그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집어 나가고 있으며, 때로는 예술적 한계를 뛰어 넘어 철학과 과학을 예술과 결합하는 경우도 미술에서는 흔히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대중매체가 가지는 영향력도 미술에서는 무시할 순 없다. 미술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그 시대의 미술적 사조에 따라가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자신만의 예술적인 흔적들, 그 흔적들은 미술을 보고, 미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소비하게 되고, 예술가로서의 존재적 가치를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렇다. 때로는 과거와 현재의 조합이 만들어 질 수 있고, 현재를 기점으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시대의 흐름에 미술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미술이 가지고 잇는 고집을 꺽지 않으려 한다. 지극히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 미술가들 각자 개개인이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이 책에는 현대 미술의 특징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과학과 기계의 발달과 미술은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관과 삶의 의미를 미술가는 미술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