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사생활
박찬용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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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초반에는 마스트헤드masthead  라는 페이지가 있다. 거기에는 그 잡지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영화 크레딧처럼 쓰여 있다. 당신이 잡지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그 페이지도 봐주신다면 감사하겠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그 페이지를 보지 않고, 여전히 내가 아주 가끔 "무슨무슨 페이지 잘 봤어요"라는 칭찬을 듣는다. 나는 내 주제를 안다. 내게 좋게 해 주시는 말씀은 대부분 과찬이다. 자연스럽게 그 말에 늘 "아유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아니라는 말 뒤에는 이렇게 긴 뒷말이 있다. 평소에 생각했던 그 뒷말들을 오늘 남겨 본다. (p59)


은행에 가면, 도서관에 가면, 미용실에 가면 언제나 잡지들을 보게 된다. 잡지는 사람들 사이에 시간적인 여유나 틈이 있을 때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잡지가 없더라도 지루할 틈이나 여유가 없지만, 최근까지도 잡지는 스마트폰 대용품이나 다름 없었다. 잡지는 유행에 따라 가며, 진지함보다는 가벼움에 속한다. 저자는 사람들 사이에 가벼움을 채워주는 잡지를 만들어내는 '피치 에디터'다 . 매일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씨름하고, 밤낮 가리지 않고, 컨텐츠를 생산해 내며, 잡지 안에 채워지는 광고를 보는 독자의 기준과 저자의 기준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독자의 입장으로 보면 책 한권에 광고가 많이 붙으면, 그 책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잡지 편집 일을 도맡아 하면서, 좋은 이미지,디자인이 붙은 광고가 맨 앞에 붙는 것을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잡지의 가치와 자신의 직업을 연결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좋은 광고 지면이 앞에 붙을 수록 잡지의 가치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잡지 한 권에는 편집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사진기자가 있고, 교정사가 있으며, 편집자가 있다.계간지가 아닌 이상 매달 발행되는 월간지는 마감이 매달 20일 전후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잡지의 디자인이나 오류가 있지 않도록 찾아내는데 열을 올린다. 특히 잡지는 하나의 미디어로서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사진이 생명이다. 이 두가지가 정확하게 되지 않는다면, 좋은 광고는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가 모르는 잡지의 숨은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꺼내고 있다. 잡지의 숨어 있는 직업 교정사가 하는 일은 문장과 문장의 연결고리, 문장 표현 습관이나 오타나 오자를 고쳐나간다. 책 한권에서 문맥이 이상하고, 적잘하지 않은 문장들을 새로운 문장으로 대체해 버린다. 책에서 특히 눈여겨 보았던 부분들이 교정사의 역할이다. 교열과 교정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교정사는 책 한 권의 편집 마감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일을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겉보기에 매력적이고, 좋아보이는 직업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치열한 삶이 있으며, 직업적인 자부심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신과 같은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디딤돌을 놓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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