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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강아지의 시간
보스턴 테란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인간에게 허구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그 허구의 거짓된 스토리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또다른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다른 단면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어떤 소설은 말 그대로 지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고, 어떤 소설은 실제 일어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떤 순간들을 잘 포착해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꿔 놓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서 감독이 순간 순간의 플롯을 만들어서 전체적인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같은 상황들이다. 이 소설은 실제 우리가 경험했던 사건들에 모티브를 얻어서 그것을 유기적으로 잘 짜여 놓은 한편의 스토리이며, 그 안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감과 교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 딘 히콕 병장과 반려견 기브이다. 둘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서로 다른 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서로 이질적인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을 유기적으로 엮어내고 있다. 그것은 기브가 마주했던 경험과 , 딘 히콕이 마주했던 경험이다. 그 경험은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삶에 있어서 큰 변곡점을 잉태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꿔 버린다. 죽음이라는 것, 기브가 죽을 뻔한 순간에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살아남은 것처럼, 딘 하츠 병장도 죽음의 장막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된다.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은 잠시였고, 영광도 그 뿐이었다. 누나가 9.121 테러로 희생당하였고, 이라크 전쟁에 파병 나갔던 딘 하츠 병장은 거기서 동료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적인 고통과 마주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그것은 반려견 기브도 마찬가지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죽을 뻔 했던 기브의 삶의 스토리에 대해서 작가는 반려견 기브를 인간과 동일선상에 놓아 수평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정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고 있으며,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인간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감동적인 소설 그 자체였다. 죽음이라는 공통점을 마주해야 했던 둘 사이는 그렇게 자신의 아픔과 위기에서 치유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