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주를 걷다
김수종 지음 / 리즈앤북 / 2013년 5월
평점 :
1944년 순흥초등학교의 6학년생 전원이 일제에 대항해 집단 등교 거부를 단행했지만, 그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역사에 묻혀버렸다고 한다. 이에 100주년을 앞둔 2005년, 당시 등교 거부에 참가했던 생존자 19명 (32회 졸업생)은 이 사건을 독립운동사로 기록해 주길 바라는 '순흥초등학교 항일의거릐 역사기록화에 관한 청원'을 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였다. 이곳 순흥초등학교가 영주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것만큼이나 광주 시내를 좀 벗어난 곳에 있는 그 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이 벌써 8년 정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소학교 교사를 지낸 아버지 덕분에 호적의 출생지가 전라남도 광주로 되어있는 이시츠카 이타루씨가 자신이 태어난 곳과 부친이 근무하던 학교를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찾은 학교는 비록 옛 자취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마침 전쟁에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전통 있는 학교에 걸맞게 역사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놓으신 역사관에서 지난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p164)
영주에 관한 책 한권을 읽었다. 고향이 영주인 저자 김수종님의 책 <영주를 걷다>의 취지는 말그대로 영주를 걸어다니면서, 영주의 멋을 알자는 것이다. 영주에 살면서도 영주의 곳곳에 있는 문화재나 문화,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기는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서 영주의 문화재에 대하여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영주의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책을 통해서 영주에 놀러오는 사람들, 관시 가지는 이들에게 영주를 소개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된다.
영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죽령, 풍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가 영주인들이 모르는 영주를 소개하고 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곳들에 대해 저자는 직접 다니면서 내 눈으로 보는 영주를 소개한다. 그래서인지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통 정보들을 알 수 있다. 나로서는 두 발로, 자전거로, 차로 지나간 곳이 곳곳에 있어서 익숙한 곳이 많았다. 영주에서 부석사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마구령과, 고치재를 자전거로 돌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물론 책에 나오는 현각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절이며, 저자의 관점에서 현각사와 그곳의 주지 스님이었던 현각 스님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죽령 옛길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곳이라 하며, 고치려을 숨기고 싶은 곳이라 말한다. 보백산의 줄기 고치령 만큼은 현재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책에는 순흥과 풍기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가보지 못한 곳들, 흑석사라던지, 이산 서원, 삼판서 고택, 괴헌 고택, 금선정은 영주와 가까운 시민 뿐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영주여고 안에 있는 영주 향교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단종 폐위로 인하여,단종 복위운동을 하였던 금성대군의 숨은 이야기, 이묭룡과 춘향전에 관하여 숨어 있는 스토리들, 전국 최초의 국민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항일 운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순흥초등학교의 역사는 영주의 다양한 모습들을 익숙하면서, 낯설음을 마주하는 느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