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는 아빠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박덕규는 이영옥이 없으면 시체지."
엄마 말이 맞았다. 엄마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아빠는 세상을 잃은 모습으로 서 계셨다. 남편과 나는 아빠 집 옆으로 이사를 했다. 어마를 잃은 슬픔을 ㅇ빠와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것은 우리만의 슬픔이었다. 서로가 있다는 것으로 힘을 내고 싶었다. (p79)


20년 넘게 갈던 보문동의 우리집이 없어졌다. 10년 전쯤 재개발이 되면서 그 자리에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가끔 허전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품고 있지 않은데도 귀소 본능처럼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남편이 이렇게 말해 주곤 했다.
 "오장동 갈래? 냉면 먹으러?"(p125) 


언젠가 농담처럼 엄마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바보 같은 말이었다. 나는 결코 엄마의 사랑을 넘엇설 수 없다. 죽음의 고통 앞에서도 자식을 잊지 않는 사람. 자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기꺼이 끌어안으려는 사람, 그게 엄마니까.
그 후로 나는 종종 생각했다. 엄마의 고통을 헛되이 않게 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은 평생의 숙제가 되었다. 엄마들이란 죽어서까지도 자식의 손을 놓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결국 다 놓아 버리고 싶던 나를 약해 빠진 나를, 엄마는 기어이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혔다. 나는 엄마에게 졌다. 자식은 결코 부모를 이길 수 없다. (p193)


사람은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한다. 순간 순간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기억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인간은 망각되어지는 존재이기에, 그렇게 생존법을 터득해 왔으며 불완전한 존재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 한계는 우리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지만, 그럼으로서 우리는 아쉬움 속에서 매순간을 살아가게 된다.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영원히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삶을 우리 삶에 주어지고 있다. 특히 가족에 대한 기억들이 그러하며,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날 때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다. 한 권의 에세이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간직하고, 주어진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는 바로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부모님에 대한 모든 것들이 있으며,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슬픈 기억들과 즐거웠던 기억들, 그리움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가 마주하는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숙명이다. 내 가족 중 누군가 세사을 떠나게 될 때 마주하는 허망함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남아있는 이들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고, 삶속에서 내 주변 사람들을 채워 나가게 된다. 저자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고, 엄마의 존재의 이유, 엄마에 대한 따스한 온정을 기억하고자 하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엄마가 있었고, 딸로서 엄마와 함께 지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특히 혼자서 감당히지 못하는 그 순간에 내몰리게 될 때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게 되었고, 그 소중함을 다시금 되세기게 된다.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 그 삶의 연속된 추억들,그 추억의 장소와 시간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 있다.


살아갈 사람은 살아나가야 한다고 누가 말하지 않던가,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는 아빠의 존재가 느껴지고 있다. 아낼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그 빈자리의 틈새는 그 누구보다 커져간다. 그 빈자리를 자신이 채워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으며, 저자의 기록의 흔적들은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슬픔을 어떻게 견뎌나가야 하는지 셍각하게 된다. 또한 사랑의 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깊으며, 그 사랑에 대해서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암묵적인 묵언이 숨어 있었다. 그 안에 감춰진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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