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문득 시리즈 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해생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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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너는 네 동료들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문다고 불평을 하고 있어. 너는 그들이 보유한 지식이 그들 스스로 밝힌 것보다 더 많다고 주장하지. 실생활에 활용하는 지식보다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함구한다고. 그 이유와 비밀까지도.너는 그들의 이런 태도에 삶이 병든다고 주장하고 , 너 자신은 그런 삶을 참고 견딜 수 없다는 입장이야. 그런 삶은 고치거나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맞는 말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너 자신도 개야. 너한테도 개의 지식이 있어. 그러니 그걸 밝혀. 질문의 형태가 아니라 답변의 형태로, 네가 그걸 밝힌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개 종족 전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합창으로 환영할 거야. 그러면 너도 진리를 얻을 수 있고, 분명한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고, 지식을 수용할 수도 있어. 네가 원하는 만큼. 너는 이 미천한 삶을 덮고 있는 천장에 대해 늘 나쁘게 말해왔어. 이제는 그 천장이 열리고, 모든 개가 한 마리 , 한 마리 저 높은 자유의 세상으로 오를 거야. 만에 하나 자유에 도달하지 못한다하더라도,지금보다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사실을 다 밝히느니 차라리 일부는 덮어두는 편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삶을 유지하기 위햐서는 침묵하는 개들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지금 남아있는 작은 희망이 완전한 절망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시험삼아한변 말해볼 가치는 있어. 너는 네게 허용된 방식대로 살기 싫잖아! 다른 개들이 말을 안한다고 비난하면서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하니?" (p102)


프란츠 카프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독일계 유대인 작가로서, 그가 쓴 소설 <변신>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비평가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더 나아가 그의 작품들은 거의 전부 국내에 출간되고 있으며, 그의 삶에 대한 관조를 들여다 보면서, 인간의 실존전 가치는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카프카의 소설 대부분은 불안과 마주하고 있으며, 그 불안은 카프카의 삶과 경험 속에 내재된 삶의 일부였으며, 전부이기도 하다. 특히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 진실에서 벗어난 모순된 가치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그의 저작 중에서 단편 일곱 편으로 역여있는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도 그의 문학적 범주의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그의 작품이 불안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을 강조하는 현대인들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의 작품을 외면하는게 어쩌면 적확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긍정적인 삶 뒷면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있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들, 불편하게 생각하는 감정들을 아웃사이드화 함으로서,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가 쓴 일곱편의 단편 소설들은 우리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읽혀지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법에 대해서 논하고,인간이 거부하고 외면하는 동물들을 등장시켜서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데, 그의 작품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분량이 적은 특징을 지니고 있음에도 최대한 느리게 읽어야만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경험에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특징들이며, 법에 대해 말하고, 현실의 어두운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프카의 어두운 시선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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