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 - 예순여덟, 엄마의 글쓰기
양옥선 지음 / 담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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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잊히는 게 있는가 하면, 잊고 싶은데 잊히지 않고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정동 삼거리 영천상회, 그곳이 제게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한 번씩 생각납니다. 가난에 대해, 집 없는 설움에 대해 그때만큼 속상했던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P23)


1984년 저와 남편, 막내를 살려준 기사님과 조수석에 계셨던 분들, 꼭 찾아뵙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살아내는 일이 바빠 잊고 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두 분 덕분에 이렇게 세 아이들이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43)


누구나 한 번은 떠난다고 했습니다.삶이 있듯 ,죽음도 당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잊고 사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처럼 부고를  듣게 되면 정신이 먼쩍 듭니다. "아, 정말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구나' 그러면서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뿌인 인생이야. 후회하지 않도록 잘 살아, 한번 뿐이야, 한번."(P92)


자신의 삶을 한번 들여다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책 한권 속에는 내가 놓치고 있었던 과거의 잔상과 흔적들이 남아있다.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 삷과 죽음은 우리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놓치고 살아간다는 걸 다시는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양옥선씨는 예순 여덟의 삶을 살아왔다. 자녀들의 권유에 의해 쓰게 된 한편의 삶 속에는 매일 매일 꾸준히 써내려간 작가의 삶의 공식과 방정식이 있다. 내 앞에 놓여진 수많은 기억들의 패턴 중에서 좋은 날도 있었을 테고, 슬펐던 일들, 아팠던 일들도 분명 있었을 거다. 물론 속상한 부분도 분명 있었을진데, 작가의 삶이 그려지고 있는 한 권의 책에는 그러한 때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 한 번 뿐인 인생이니 잘 살아야 한다는 굳게 다져진 의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은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면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보았다. 


감사함이었다. 저자의 삶의 저 한 귀퉁이에는 감사함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웃이 있고 , 함께 살아온 지난 날이 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다. 서로 가난하였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없었기에 서로 도와주는 게 당연하였고, 나도 내 이웃을 도와주는 게 당연하였던 정서가 우리에게 있었다. 그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그 하나 하나가 저자의 마음 한 켠에 있었고, 고마움과 함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도 숨어 있다. 죽을 뻔한 고비에서 댓가를 바라지 않고 구해 주었던 수많은 고마운 이야기들, 내가 살겠다고 아둥바둥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유없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과거처럼 가난한 삶으로 되돌아 갈 순 없지만, 우이에게 필요한 이웃간의 따스한 정은 항상 언제나 숨쉬고 있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저자의 삶과 인생이 반영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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