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김지훈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뒤늦은 슬픔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 뒤로
슬픔이 있었다는 것을 모른 채

한참을 웃었다가

우연히 들려왔던
네가 많이 아팠다는 소식에

뒤늦은 슬픔이 몰려와
소리내어 울었다.(p16)

사랑하는 사람의 입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상처를 주는 말들이 나왔을 때

난 이 상황이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사랑받는 말들만 나오기를 정의하는게 

더 잔인한 것이었다.(p41)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
옆에 앉은 남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남자는 우연히 나왔는데 여자가 있었고
여자는 우연히 나왔는데 운명이 있었다.

여자를 우연으로 대하는 남자의 말과
남자를 운명으로 대하는 여자의 말은 자주 빗겨갔다.
남자는 자신의 일상을 별 얘기 아닌 듯 던졌고
여자는 남자의 일상을 자신의 일상에 넣었다.

여자의 마음은 남자의 마음에 닿으려 했는데
남자는 너무 가까이 있어 모르는 듯했다.

내가 예전에 너와 가까이 있어
몰랐던 것처럼 (p43)


공감의 힘은 내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 넘는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언어의 독보적인 권력은 그렇게 인간의 경험과 연결된다. 나의 경험이 時어를 통해서 함축적으로 언어로서 와닿게 될때 시는 내 마음의 깊은 희노애락에 파도의 물결을 자꾸만 형성해 나간다. 누군가의 삶에서 비롯된 기쁨과 슬픔들은 나의 기쁨과 슬픔과 연결되고 내 슬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때도 있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한 생각들과 기억들을 차근차근 겹쳐놓고 있으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누군가의 슬픔을 미쳐 들여다 보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시구들을 통해서 이해와 공감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지고 있다. 사람들마다 간직하고 있는 그 상처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나 상처를 받는 사람이나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사랑하였기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고, 사랑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마음은 또다른 상처가 되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쓰는 언어는 그 언어 속에 감춰진 의미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지면서, 그 안에서 서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변질 될 수 밖에 없다. 언어에서 '운명'을 자꾸만 끄집어 내는 여자와 언어에서 '우연'을 자꾸만 끄집어 내는 남자의 언어는 그렇게 서로 합의 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다. 그 하나 하나를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나의 삶 속에 시와 일치되는 부분들을 자꾸만 자꾸만 엮으려 하고 반추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