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버스야, 안녕 즐거운 동화 여행 82
조연화 지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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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용수철 버스보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용수철 아저씨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내가 조금만 늦게 오거나 , 시은이가 버스 안에서 잠들어 조그만 늦게 나오면 화를 낸다. 어떤 때는 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부터 열고, 뭄이 닫히기 전에 출발할 때도 있다. 엄마가 없이 나 혼자 나와 있어 그런 건지, 저녘에만 자주 그런다. 게다가 저녁에 콩알24 앞에서 내리는 아이는 시은이 뿐이다. (p16)


지나고 보면 그러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과거에 비해서 빨라졌고, 급해졌다. 삶의 여유조차 없어진 채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완벽을 기하면 금상첨화이다. 빨라지고, 더 빨라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여유이자,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연속된 시간이다. 바쁜 삶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되돌아 보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삶과 함께 하는 것, 그 안에서 서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 도심 속에서 숲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


삶의 자세, 삶의 여유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동화책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동화속 주인공 유시은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기 전인 7살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시은이는 그만 차안에서 갇혀 버리고 말았다. 인솔 교사도 보지 못하였고, 운전 기사도 시은이가 차 안에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였다. 차에 시은이가 갇힌 채 탈출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시은이에게 찾아온 공황장애는 예고없이 찾아왔으며, 시은이는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모른채 고통스러운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시은이가 아프면 부모의 마음도 애가 탄다. 이유없이 아픈 딸, 그걸 지켜 보면서, 경찰서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것을 설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진실 규명을 해 달라는 부모의 요구에 대해서, 유치원은 사과 하나 없이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는 엄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상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상식에서 벗어난 채 방치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현상들 속에서 허점들, 그 허점의 틈바구니 안에 시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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