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 청소년 권장 도서 시리즈 2
김경구 지음, 이효선 그림 / 틴틴북스(가문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리기 하다 넘어진
무릎의 상처

붉은 상처
딱지가 꽃잎 같다. 

얼마 후 새살 돋듯
헤어진 너와의
내 가슴 상처(p16)


북한도 덜덜
떨게 한다는
외계인도 
침략하지 못하게 한다는

나 
중 2(p24)


엄마는 한때
동민이의 엄마가 아닌
이름 석자를 가진 박희영이었다

한남자를 만나
행복의 문을 연 얼마 후
이름은 사라지고
동민이의 엄마로 불려졌다.(p34)

엄마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아기를 달래고
재우고, 키우고
유치원에 보내고
더러는 밖으로 나가 일을 하기도 하고
단내 나는 지친 몸을 끌고 와
또 집안일 하기를 반복

요즘 엄마는 
혼술을 즐긴다.(p35)


아들 셋 둔 우리 엄마

한때는 코스모스 같은 여자였대요.
코스모스를 한참 쳐다봤어요
아빠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거 아니었을까?

아,들꽃 같은 여자였대요.
들꽃을 머리에 아빠가 꽂아줘서
그래서 그랬을까?

키도 작고
얼굴도 예쁘고
그것에 어울리게 목소리도
아주 작고 새소리 같았대요

형 둘과 나 키우면서
높인 목소리
득음의 지경
판소리 해도 되겠다는 엄마
과정은 몰라도
판소리는 딱 어울릴 듯 싶어요..(p67)


청소년을 위한 시였다. 왜 청소년이었을까. 시 속에 그 답이 있다. 청소년 아이들,10대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공통된 정서와 경험들이 시 한 편 한 편에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 시 속에 감춰진 순수한 시상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하게 되면, 내 삶의 속살들을 들추게 된다. 천방지축 망아지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처럼 움직이는 10대 청소년의 모습을 보면, 빨갛게 익은 맛있는 사과가 아닌, 초록빛깔 사과처럼, 풋내음새가 곳곳에 배여있다. 하지만 풋내가 나더라도,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 보자면 여전히 풋내가 날 수 있고, 미생으로 보여질 수 있다. 여전히 더 성장해야 할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때로는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때로는 그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나처럼 바뀌겠지 상상하게 된다. 시간이라는 것은 그렇게 속절없이 나도 모르게 흘러가게 된다. 중학교 2학년을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쓰면 반문할 사람이 분명 있다. 검정고시를 치면 중학교가 아니라 바로 고등학생이 될 수 있고, 대학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시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아이, 중2병에 걸린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안에도 나의 또다른 모습이 담겨진다. 넘어지고, 깨지고, 구르고, 그러면서 새살이 돋고, 상처는 아물게 된다. 그 순간은 아프고, 속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추억이 되는 거였다. 챡에 나오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은 애잔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이름 박희영이 아닌 동민이 마가 되어 버린 현실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목소리의 데시벨은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랑 그 자체지만, 그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시, 그 안에서 따스한 온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