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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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말대꾸하는 것 같아 죄송한데요. 농업은 가정원예의 몇백 배나 되는 땅에서 농작물을 키우니까 전혀 달라요. 가정원예처럼 짬짬히 했다가는 망해요." (p104)


"승낙서에 사인을 하라더군.그래. 미즈사와 씨도 공부가 될지 모르니까 승낙서를 사진 찍어서 보내줄께."
곧 사진이 도착했다.

1.가족 중에 후계자가 있을 것
2. 판로를 확보한 상태일 것
3. 신규 취농 후 3년간 수입이 없어도 생활할 수 있는저축이 있을 것

4.마을 총회에서 농업 위원 모두의 동의를 얻을 것

5.농지를 빌린 뒤 3년간 농지를 취득하지 못하는 것에 동의할 것.

6. 집을 세우려면 취농 후 5년 이상 지나고 4단보 이상 농지를 취득한 상태일 것.

"이게 뭐예요? 이걸 지키지 않으면 농지를 안 빌려주겠다는 거예요?"(p128)


언젠가 본 <농업 여자>다큐멘터리에서는 판로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자신도 어리석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송이 원망스럽다. 가능하면 유기농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고 싶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음식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어디일까? 도심의 고급 주택가인가. 어떻게 해야 그곳 주민들이 자신의 채소를 사줄까?(p187)


이 소설을 읽고 싶었던 건 소설을 읽기 전 방송을 통해 보았던 여성 농부,송주희씨 때문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농사를 직접 짓고 사는 너래안 대표 송주희씨는 청년 여성농부로서 20대이다.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들 중에서 젊은 나이에,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미디어의 이목을 살 잡기에 충분한 이슈거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송주희씨의 농사를 짓는 성공 노하우를 미디어들은 이슈꺼리를 만들기 바쁜 나날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 등장하는 농사를 짓는 모습들은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농사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예쁜 것만 보여주려 하는 일상 속에서의 일부분만 비추고 있을 뿐,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은 생각보다 거칠고 어렵고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가키야 미우의 소설 <서른 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의 주인공 미즈사와 구미코도 마찬가지였다. 파견사원으로 짤리고,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부를 받게 된 구미코는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농업 여자>를 보고 귀농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 소설은 농지가 없더라도 어느정도 요건을 가지고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반적인 요건들이 일본 사회에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농사를 실제로 짓는 이들은 줄어들고 있으며, 농지를 놀려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반증한다. 그 노는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서 보호해 준다는 것, 그것이 미즈사와 구미코가 농사지을 땅이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이유였다.


농사를 짓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미즈사와 구미코가 다큐멘터리를 보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웃의 숟가락이 몇개인지 아는 농촌의 현실을 보자면, 농사를 짓고자 할 때 농사 기술만 배워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가는 것, 농촌이라는 공동체 안에 보여지는 룰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 내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의 미흠한 부분들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드라마적인 스토리 요소들로 채워져 있는 한편의 소설 책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자꾸만 현실을 바라 보게 된다.


미즈사와 구미코는 고민하게 된다.자신이 일한 노동력에 비해서 터무니 없는 농산물 가격,그래서 온라인을 통해 판로를 확보할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미즈사와 구미코가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차과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즉 농촌에서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현실과 타협하려는 구미코의 노력의 흔적들이 보였다. 실제 농사를 짓고 있고, 농산를 짓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 속 이야기들 하나 하나 그냥 넘어가지 못하였고, 그 안에서 미즈사와 구미코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이 자꾸만 내 주변 사람들과 겹쳐졌다. 가격의 변동성이 큰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농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또한 이 소설에서 1단보,2단보,3단보가 나오는데, 여기서 1단보는 300평, 즉 한국으로 치면 1마지기에 해당된다.즉 4단보란 1200평이며, 4마지지기가 되는데 구미코 혼자서 이정도의 농토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역량이 될까 의아했으며, 혼자서 그 장면을 상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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