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승과 소년 - 낫지 않지만 살아갈 수는 있는 아픔을 겪는 당신에게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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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여,나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마.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 내가 지금의 너보다 어렸을 때,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지."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서 컸으면 좋겠구나.'
'훌륭한 어른이 되어라.'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커야 하지? 왜 어른이 되는 거지? 그냥 이대로도 좋은데, 지금이 좋은데,그래도 나는 크겠지. 되고 싶지 않아도 어른이 된다. 왜 그럴까? '훌륭하다'는 것은 뭐지? 그것은 좋은 것인가?"(p10)


"그럼 ,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네요."
"선악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단다. 그것은 사람의 일시적인 판단이지 아무런 확실한 근거는 없어. 그러나 벗이여. 사람은 스스로 죽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해도, 삶이 죽음보다 훨씬 괴롭다고 해도, 스스로 죽어서는 아니 된다."(p24)


"무언가 이상하다. 나는 이상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많아지고 강해졌다.
주위의 아무도 나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나 자신과 잘 지내자 못하게 괴었다."(p58)


"믿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믿는다. 믿고 있다는 것을 잊었을 때, 사람은 이해한다." 
소년은 가만히 노스승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은 신을 떠난 후, 허무를 어떻게 하였습니까?"
"그냥 그대로 와두었다."
"스승님, 스승님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p85)


미나이 지키사이의 <노스승과 소년>은 물음으로 시작하여, 물음으로 끝나게 된다. 세상에 보여지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언어의 향연들, 그 안에서 노스승은 언어의 본연의 가치를 들여다 보고 있다. 본연의 가치, 근원이라는 것, 본질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인간이 강제해 놓은 수많은 언어적인 개념들이 인간을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그 안에서 작은 쉼표를 찍어가고 있다. 쉼표 하나가 찍혀 있음으로서, 우리는 그 쉼표의 암과 뒤를 동시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된다.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에 대해서, 그것의 허와 실을 들여다 보면, 상식이 상식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중 매체와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가로막고 있으며, 인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에 이끌려서 덤점 더 생각하지 않고,사유하지 않음을 콕 꼬집어서 말한다. 


책에서 노스승과 소년은 동일한 인물이다. 소년은 과거의 나였고, 노스승은 미래의 나였다. 어린 시절에 누군가 내가 궁금햇던 것에 대해서 답을 알려주길 바랄 때가 있다. 경험에서 우러난 깊은 대답을 듣고 싶어질 때, 나는 비로소 미래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미래의 나, 노스승은 과거의 나를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어릴 때의 미숙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부끄러울 수 있고, 때로는 숨고 싶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소년의 생각의 잔상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성장하는 소년과 성장이 멈춰버린 노스승의 독특한 화해를 통해서 우리는 또다른 자아 '니'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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