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 귀찮의 퇴사일기
귀찮 지음 / 엘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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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요즘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뭐라도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라고 할까?
언젠가부터 일은 내가 열심히 하는데
나의 가치가 아니라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뭉이다. (p19)


1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회사를 떠나고,
서울을 떠나고,작은 도시를 떠나고,
마침내 시골의 작업실에 다다라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 좋아?" 라는 질문과 마주하면
단박에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래도 종종 서울에 올라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밤, 
까만 하늘에 바늘로 찍어둔 별을 볼 수 있어
저는 좋습니다.
때론 "역시 침착하지 못했어"라고 후회하고
때론 작업실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과 나의 그림에 안도하며
시골 쥐와 서울 쥐, 그 사이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시,
계속,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p251)


세상이 만들어 놓은 '어른'이라는 단어는 '책임'과 '의무'를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라는 타이틀이 강제적으로 나에게 주어지게 되면, 그 안에서 이유없는 불안과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고, 어떤 선택과 결과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매순간 느끼게 된다. 아이가 되었을 때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어른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매순간 느끼게 되면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느 삶을 살아간다. 후회로 점쳐진 삶이 우리 앞에서 항상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고뇌하게 되고,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행복조차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있다. 그것이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동시에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요구하는 메시지, 저자가 쓰는 퇴사 일기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자화상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으며, 그 안에서 현대인들은 어떻게 견디고 살아가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저자는 30이 되기 전에 퇴사를 결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29살 되던 해 곧바로 회사를 나오겠다고 통보하게 된다. 직장 생활 3년차가 지났고, 회사의 소모품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운명들을 거부하였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퍼즐 조각에 대해서, 저자는 작은 용기를 내었고, 새출발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저자는 희망을 기대하였지만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희망과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해서 자신이 했던 선택으로 인해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 어느정도인지 느꼈으며, 그것은 후회의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다니는 척 해야 하였고, 부모님이 알지 않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퇴사했다는 사실들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도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모습들은 지금 직장인들의 생각과 가치관과 일치하고 있다. 불안한 마음과 강박관념들,그 안에서 스스로 비상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한 편의 일기에서, 웹툰의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스스로 변화를 하면서, 내 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만 자신의 불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저자의 실제 모습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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