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의 노트 - 계기를 찾는 일곱 가지 습관
한은 지음 / 플로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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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다부지게 잡은 착한 손이었다.
한 학기 내내 나는, 조각된 연필로 숙제하고 낙서했다.

그날 아침은 그 애가 무척 조용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2교시 중간쯤 ,느닷없이 작별인사를 했고, 전학을 갔다. 하루의 모든 수업이 끝났다. 책상을 정리하려고 필통을 열었다. 연필이 모조리 깎여 있었다. 와락,미안했다.고맙다는 말도 못해서 그랬다. (p40)

딸아이 여덟 살 때 일이다. 저녁식사 시간에 아이가 말했다.
등굣길 아파트 화단에서 어미 고양이와 새끼 둘을 봤단다.
그들의 집이 어디냐고 묻기에 ,밖에서 사는 길고양이라고 답했다. 딸은 입안 가득 보쌈을 구겨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추위에 족발한 점을 올리면서 묻는다."밥은 누가 줘요?" 

며칠 뒤 ,옷걸이에 아이 외투를 거는데, 주머니가 불룩했다. 1,000원짜리 고양이 간식 세 봉지가 들어있었다.당시 아이의 일주일치 용돈은 3,000원,지갑이 텅 비었다. 하굣길에 사먹던 떡꼬치를 고양이 가족에게 양보한 모양이다. (p73)


짐승주의보

지구에 사는 십대에겐 꼭 한 번 광풍이 분다. 이른바 ,'중2 지랄병'
한때 딸년이 발광하던 1년동안, 내 정신도 날마다 몸살이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작은 오빠가 이런 말을 했다. "지구상엔 두 종류가 살아. 사람과 짐승, 중2는 짐승에 가까워."

신기하게도 ,이 말이 내겐 명약이었다.
'내 앞에 있는 저것은 짐승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딸을 대했다. 짐승이니까 패낙을 부리는구나.짐승이니까 말귀를 못 알아먹는구나,여겼다.
대신, 그 보약에 '독기' 한 방울을 탓다.
'내 갱년기 때 보자. 이년아, 100배로 갚아주마.'

삶은 질문의 합이다.
나의 운도, 나의 속도, 나의 척도를 묻는 것이 해법이다.
질문은 변하겠다는 의지와 같다.
질문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그러니 묻지 않는 것은 태만이고 방관이며 무심이다.
질문한다는 건 열정의 징표이니,
세상으로 열린 자들의 다음 질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p147)


책 제목 <디렉터의 노트>에서 책을 펼치기 전엔 '디렉터'에 주목하였다.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노트;네 주목하게 되었고, 이해하였다. 이 책은 디렉터의 노트이며, 일기였다. 에세이처럼 느껴지면서, 공교롭게도, 이 책은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휴머니즘의 영역을 들여다 보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 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깊은 디테일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이 어른이 될 수 있고, 아이가 될 수 있으며, 우리는 언제 어디에나, 누구에게서나 배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휴머니즘은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니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나는 무엇을 질문하고, 질문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기획이란 무엇이며,디렉터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곰곰히 따져보게 되었다. 살아가고, 살아지는 가운데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저자는 세상을 어떻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깊은 공감은 깊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세상에 대한 해석을 거치게 된다. 살아가는 삶의 궤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이해하였고,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말이다.기획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읽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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