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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참 재미있네. 나리키요 씨와의 만남,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그 일련의 과정을대충 더듬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나리키요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p39)
반발하는 공격을 방어하는 최선의 길은 국민모두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 '1억 총 평상심'을 표방하는 수상의 지도 아래 순응을 잘하는 일본 사람들은 아주 순조롭게 일상을 연기하고 있어. 이제 어디까지가 연기인지 알 수 없다. 출퇴근길에 총기 발사 사건이 발생해도 동요하지 않는 이 평상심이 어디까지 정상적인 것인지, 기요미 자신도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칫하면 아들 아쓰히코였을 수도 있는 용의자의 사진과 마주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흐르는 눈물을 겨우겨우 참았닺는 것이다. (p76)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사람은 서로 만남 속에서 내 삶이 풍요로워지고, 때로는 만남으로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반복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영원히 만남을 가지고 싶지 않다. 돌이켜 보면 이웃도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구심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는 남만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으며, 만남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지게 된다. 삶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는 이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일본 작가 모리에토는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일상적인 우리의 삶 속을 파헤치고 있다.
여섯 편의 소설 중 눈에 들어왔던 건 두 번째 단편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셀러드>였다. 일본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느낄 수 있으며, 일본 국민의 현주소를 주인공 기요미 자신을 통해서 깊이 있는 사유를 드러낼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기요미씨는 30년간 밥상위에 네가지 반찬을 올려놓았다. 반찬은 손수 준비한 반찬이며, 회사에서 퇴근 후 백화점 식품부에 들리게 된다. 신상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기요미의 눈에 들어왔으며, 퇴근 길에 마주쳤던 불쾌한 사실을 잊게 된. 직점 식품을 사서 백화점 지하에서 산 신상품을 꺼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기요미씨는 눈치채고 말았다. 그들이 내놓은 신상품이 순무가 들어 있는게 아니었으며, 백화점에 직접가서 따지게 된다.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로 결심하게 된 기요미씨, 기요미씨의 모습 속에서 일본 주부의 자화상을 느끼게 된다. 기요미씨의 삶은 일본과 일본 사회의 또다른 모습이며, 그들의 대처법을 높이 사게 된다. 또한 부당한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따지는 기요미씨의 모습과 대한민국 주부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