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정다이 지음 / 경향BP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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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연말이 되면 끝과 시작의 교차점에 서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진다.
한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무언가를 다짐하게 된다.

이번 해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땐 이것저것 웃을 일이 많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슬퍼할 일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슴 아플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p28)


당신의 모든 것을 닮고 싶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닮고 싶습니다.

당신의 표정, 말투, 걸음걸이, 사소한 습관,
특이한 취향, 좋아하는 배우와 가수,
영화관에서 선호하는 배우와 가수,
제스처, 자주가는 카페, 문자 메시지의 말투.
눈빛, 좋아하는 술과 안주.
좋아하는 색깔, 단골 술집, 자주 먹는 음식,
가고 싶은 여행지, 잠버릇.

행복해지는 요소들 모두, 모두를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습니다.(p90)

하늘이 무너진다.

누군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잖아."
하고 얘기하면
나는 그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아니 대체 하늘이 왜 무너져."

그러던 어느 해.
불행이 쏟아지는 날벼락에 하늘이 찢어지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나에게 하늘은 부모님이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일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던 새벽.
그때, 나의 하늘은 무너졌다.

사람마다 하늘은 다르다.
매일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도 내렸다가
그러다 무너지기도 한다는 사실.

나의 하늘이 뭔지조차 몰랐던 나는 
하늘 없이 꽤 오랜 시간 어둠 속에서 지냈다.
솟아날 구멍 같은 걸 생각할 힘이 없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다행히도 지금 나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다. (p177)


이 책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람으로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은 살아갈 이유와 의마와 가치를 만들어간다. 사랑을 통해서 행복하게 되고, 때로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든다.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순간 사랑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고 왜곡된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공감 가는 것은 사람들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경험들이 공명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고, 미래의 사랑의 형태를 느낄 수 있다. 그 사랑은 이성에 대한 사랑이 될 수 있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도 포함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 따라하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어진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돕고 도와주면서 살아가게 된다. 때로는 사랑하는 이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과 이별이 놓여지고, 그 이별의 순간들을 우리는 어떤 상황과 장소에서 문득 떠올리게 된다. 기찻길에서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이 될 수 있고, 혼자서 산책을 가는 경우도 될 수 있다. 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들, 그 주어진 시간에 사랑을 추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이유,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경험들, 과정들과 시간들이 층층히 쌓여지게 되면,우리는 스스로 사랑에 대한 의미와 가치의 변화에 대해서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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