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다시 뛰는 심장으로 -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바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자기가 없는데도 여전히 세상은 돌아가고 , 아침이 되면 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 허무하게만 느껴져. 내 발을 주물러 주면서 잠을 깨우던 모습,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던 울 여보.. 당신과의 추억과 기억이 희미해지면 어떡하지.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나에게 해준 모든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은데. 하나도 잊고 싶지 않은데.
지금 생각하니 내 체면 때문에 자기에게 잔소리했던 것들이 후회가 돼. 아무리 후회하고 자책해도 당신이 없으니 내 마음을 전할 수가 없네, 여보, 미안해.
경주 갈 때 기차 타지 말고 우리 차를 가지고 갔더라면 자기가 지금 내 옆에 있지 않을까? 대구에 안 갔더라면 어땟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아프다. 내가 자기처럼 마비가 있었다면 극복하고 활발하게 살 수 있었을까? 나는 자신이 없어.(p81)
사람은 누구나 죽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생명으로서 다해야 할 의무감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삶의 테두리 안에서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주어진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주어진 수명을 다 채우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100세 시대라 말하지만 여전히 우리 에게 주어진 수명은 우리의 욕망이나 꿈과 멀어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주어진 운명에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갈 의무가 있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슬퍼하면서 ,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알다시피 슬픈 이야기였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바라보는 그 아픔들이 하나 둘 모여져 있으며, 그 안에서 남아있는 가족들이 느끼는 슬픔과 아픔, 더나아가 죄책감도 같이 느끼게 된다. 죽음 바로 직전에 자신의 몸을 누군가에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고,설득해야 한느 과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며칠전 조혈모세포 기증 문제로 가족과 다툰 적이 있어서 책에 나오는 수기들 하나 하나 공감이 갔다. 내 가족에게 자칫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묻어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망설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나름대로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처럼 예기치 않은 가족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서로 연대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살아가면서 의미를 찾아가게 되고,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장기기증을 실천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 물론 나 또한 2010년 장기기증, 신체기증까지 끝마친 상태이며, 언제 세상을 떠날 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어졌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