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권오숙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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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아도
참고 사는 것이 더 장한 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죽는 것이 더 고결한 일인가.죽는 건 잠자는 것,
그뿐 아닌가.잠이 들면 마음의 상심도,
육신이 물려받는 수천 가지 고통도 끝나지,
그건 모두가 바라는 마무리 아닌가, 죽는 건 잠자는 것.
하지만 잠이 들면 꿈을 주지, 아. 그것이 걸리는구나
우리가 이승의 고통을 버리고
죽음이란 잠을 잘 때, 어떤 꿈이 찾아올 지 모르니
주저할 수 밖에. 그 때문에
이리 오래 사는 재앙을 겪는 게지.
그런 주저가 없다면 누가
세상의 채찍과 모욕.
폭군의 횡포와 거만한 자의 오만불손함.
무시당한 사랑의 아픔, 법의 지연.
관료들의 오만방자함,인내심 갖춘 자가
하찮은 이들에게 받는 능욕을 참겠는가.
그저 칼 한자루로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데, 그 누가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
이 지리한 삶을 신음하며 진땀 흘리며 살겠는가.
죽음 뒤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
한 번 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나라가 우리의 결심을 흔들리게 해서
알지 못하는 저 세상으로 가느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환란을 견디게 하느 거지.
결코 분별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어
결단이 본래 지닌 생생한 혈색은
사색의 창배함으로 그늘져서
뜨겁게 타오르는 큰 뜻도
이 때문에 방향을 잃고,
실천력을 잃는 법, 가만,
사랑스런 오필리어 아닌가. 그대 숲의 요정이여,
그대 기도할 때 내 온갖 죄를 위해서도 빌어주오. (p108)


윌리엄 세익스피어.한국인이 사랑하는 불세출의 영국 작가이다. 잊을 만 하면 불사조처럼 살아서 돌아와, 그가 남겨 놓은 수많은 희곡들은 현대인들의 예술적인 영감의 소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간의 실체는 변하지 않음을 재확인하게 해주고자 한다.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가 남겨놓은 희곡들은 비극과 희극이 뒤섞여서 우리 앞에 놓여져 있으며, 그의 작품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세익스피어 전집을 찾아보게 된다. 김재남 교수의 을지서적에서 나온 <세익스피어 전집>이 있으며, 최근 발간된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세익스피어 전집>이 있다. 수많은 문학자들은 왜 그렇게 세익스피어 번역에 매달렸으며, 그의 매력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물론 그가 남겨 놓은 비극 중 첫번째 '햄릿'은 인간의 추악한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으며, 광기어린 세익스피어의 변화를 들여다 보게 된다.


덴마크 왕자 햄릿과 그의 숙부 클로디어스,그는 왕이 되기 위해서 형을 죽였으며, 형의 아내를 취하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만행은 결코 자행되어서는 안되는 형태이지만, 문학은 그것을 용납하고, 세익스피어는 문학으로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근친상간과 음욕으로 첨쳘되어 있는 비극 '햄릿'에서 우리는 포커스를 햄릿에 비추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모르는 것이 약이다' 이 두가지 속담 중에서 햄릿은 무엇을 취할 것인가, 햄릿은 물론 '아는 것이 힘이다'를 취하게 된다. 죽은 영혼이 되살아나 유령의 형태로 햄릿앞에 나타나면서, 햄릿은 몰라도 되는 숙부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서 느끼게 되는 인간적인 성질의 변화 과정들, 햄릿은 그렇게 우리의 삶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햄릿에 나의 정서를 투영시켜 나가게 된다. 몰라도 되는 것을 알게 됨으로서 복수를 꾀하고자 하는 햄릿은 스스로 바보가 되었다.그래야만 숙부의 눈밖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죽음에서 자유로워지게 된다. 햄릿은 살아있지만 죽는 것이 더 편했을런지도 모른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묻혀야 한다는 사실을 햄릿에게 얹어진 무게의 짐은 햄릿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의 삶 자체에 해서 우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 보고, 햄릿과 숙부 클로디어스의 모습을 교차시켜 놓게 된다. 죽어 마땅한 인물이지만,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클로디어스의 추악한 모습에 동정심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모순된 감정들이 비극 햄릿 속에 투영되고 있으며, 햄릿은 오필리어와 함께 하면서 갈등하게 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문장은 바로 햄릿 그 자체였으며,우리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햄릿을 보면서 웃게 되고, 슬퍼하게 되고, 분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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