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아시아 문학선 20
리희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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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은 눈을 감고 자리에 누웠으나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경식이에 대한 이런 저런 걱정이 점점 더 정신을 말똥말똥하게 만들어주었다. 자기가 지금 경식이네 집에서 쪽지편지니,손목시계니...그러루한 엄청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옥은 제가 경식에게 기울인 그 지성과 마음고생이 억울한 오해를 있다는 것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지금 어떻게 하면 정치지도원의 높은 요구성에 어긋나지 않게 경식이를 잘 타이르고 도와서 제 발로 전투일선에 서도록 할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경식이가 목장 확장공사장에 새로운 창의고안을 한 번 도입해보려고 말없이 혼자 뛰고 있는 줄을 알 수가 없었던 기옥이로서는 그가 꼭 어머니의 후방사업의 명목으로 대오를 리탈하여 자유주의를 하는 것으로 여겨지였다. (P186)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고 통일 독일이 되면서, 남한과 북한도 조만간 통일이 될 거라 생각했다. 북한 체제도 언젠가 무너질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착각이었고,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버리게 되었다. 북한이라는 나라, 독재국가이면서, 서서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의 과거의 향수와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투박함과 억쎔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억셈과 투박함 뒤에 묻어나는 순수함은 우리가 잃어버린 한민족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북한 문학 작품들을 읽는 이유는 북한 사회의 모습을 알고 싶은것도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찮고자 하는 목적도 동시에 있다. 과거 1990년대 드라마나 영화 속에 존재했던 순수한 열정과 사랑들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세속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를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의 자화상을 소설 한 편을 통해서 느껴 보게 된다.


리희찬의 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우리가 쓰지않는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군대식 용어와 전투라는 용어들이 나오고 있으며, 소설 속 주인공 경식과 기옥은 서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아끼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관찰자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두 양가 부모님들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서, 북한 사회는 이런 독특한 형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실 <통일전망대> 나 <남북의 창>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단어들라서 전혀 생소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속도전이라던지 정치지도원, 아버지, 장군님 초급 단체, 기계공장 합숙 등등은 우리의 언어 속에서는 퇴색되고 있지만, 북한 사회 안에는 여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널리 쓰여지고 있다. 


홍경락의 아들 경식과 홍경락의 운전수였던 최국락의 딸 최기옥.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무언가 묘한 관계였다. 약제 공장 지배인이었던 홍유철과 약국장이라 부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진순영 사이에 태어난 경식은 무언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밀어 붙이는 아이였다. 한편 홍유철의 포차 운전수였던 최국락의 딸 최기옥은 경식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입지들을 활용해 경식의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 잡고 싶었다. 즉 기옥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오지랖이며, 때로는 민주적이지 않는 행동이며,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북한 사회에서 어느정도 용납이 되고 있으며, 그런 모습을 관찰자적 입장으로 보자면, 북한 사회는 독재 사회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체계가 잡혀 있으며, 정이 있는 사회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외부에서 북한 사회를 보면 폐쇄적인 사회로 볼 수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회라 폄하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적음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특별히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걱정이나 어려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소설은 북한과 남한 사회를 상호 비교해보자면 서로 다른 사회의 모습을 '다르다' 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보아야지 '틀리다'라는 관점으로 들여다 봐서는 안된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북한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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