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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 망국의 신하에서 일본 경제의 전설이 되기까지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음, 박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혼신을 다해 세상을 구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멀리 돌아가는 방법으로는 우선 현명한 주군 밑에서 벼슬을 해서 말이 받아들여지고 지모가 쓰이거나, 또는 로쥬나 와카도시요리의 직책을 얻어 천하의 정치에 간여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도더히 이룰 수 없었다. 특히 그 당시 도쿠가와 정치는 이른바 세관, 세직 이라고 해서 문벌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 아무리 능력이나 재주와 지식이 있더라도 새로이 그 지위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 밖의 관직도 모두 제각각 계급 순서가 있어서 농민 따위가 아무리 재주와 지식이 있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천하는 커녕 일국일군의 정사에도 간여할 수 없는 제도였다. (P63)
전회까지 얘기한 것은 처음에 농상의 신분에서 갑자기 낭인이 되고 낭인에서 히토츠바시가에 사관하여 마침내 유럽에 갔다가 하는 수 없이 돌아와 시즈오카에서 조용히 살 생각이었는데, 조정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어 현 정부에 봉직할 때까지의 경력이었다. 이것은 내 신상에 가장 변화가 많을 때의 얘기였다. 특히 그 무렵은 이른바 소장 객기가 격심할 때이고 또 시세 변천도 매우 급격하여 의외의 일도 많았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변화도 적고 용장 활발한 것고 없으므로 잘 참고 들어주기 바란다.(P218)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1840년에 태어나 1931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 대해서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의 존재 가치는 일본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부사와 에이이치에 대한 전기적인 성격을 가진 책들은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존재가치는 커져가게 되었다.이 책을 읽기 전에 시부사와 에이이치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 훑어본 뒤에 읽어본다면 이 책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메이지 유신 시대에 살았으며,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집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이다. 세상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고, 일본 정세가 위기 단계에 봉착한다 하여도, 부를 축적한 이들을 안전한 길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그렇지 않았다. 1860년대 중반, 20대 중반의 나이에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을 펼쳐 나갔으며, 아버지를 설득하게 된다. 바버지를 설득하는 과정이 일본의 설계자라 부를 수 있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첫걸음이다. 자신을 밀어주는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일봉에서 벗어나 유럽사회를 향하게 된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정세와 다른 유럽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일본의 시대적 변화에 긍정적인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고,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자신의 위치가 높은 곳에 잇어야 한다는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고, 스스로 실천해 나갔다. 그가 일본 제일 은행을 설립하고, 금융과 산업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 500개 기업을 창업하고 꾸려 나갈 수 있었던 건 일본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목적과 겹쳐지고 있다. 모방을 잘하는 한국 사람의 근본적인 기질은 2세기 이전에 살았던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되고, 그의 성공 노하우를 빌려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