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인문학의 추억을 읽다 - 인문학, 헌책방에 말을 걸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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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필요한 것을 두 배로 갖추어라. 그러면 생활 역시 두 배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적혀 있는 글이다. 작가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그것에만 매달리거나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닜다. 자연이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를 두 개씩 주었듯이, 우리가 의지하는 것들을 곱절로 가지도록 노력해야만 인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닺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나 사회적 처세에 대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냈고 이야기가 짧아서 읽기에 편했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권모술수를 가르치는 얄팍한 처세술은 아니다.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를 식별하라. 그리하여 행복한 자를 곁에 두고 불행한 자를 멀리하라. 불행은 대개 어리석음의 대가이며, 그에 가담하는 사람에게 가장 거세게 전염되는 질병이다. 아무리 작은 재앙도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 그 뒤에는 언제나 더 크고 많은 재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p248)


어리서부터 책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어려 서 읽었던 책들을 읽고 또 읽고 , 다시 읽었다. 그땐 그게 독설의 정석이라 생각해왔다. 돌이켜 보면 우리 앞에는 정말 다양한 책들이 있고, 그 책은 내 앞에 놓여졌다가 사라진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수많은 책들이 생겨나고 소멸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책들이 절판되고, 품절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많은 책을 읽지 않고 잇음에도 책을 사제끼는 이유는 책이 가지는 수명 때문이다. 좋은 책을 제때 사지 못해서 나중에 찾지 못해서 후회한 경험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헌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련한 추억속에 기억되고 있는 책들은 그렇게 내 앞에 놓여졌다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게 된다.


이 책은 헌책에 대한 이야기다. 어려서 책을 좋아해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청계천에서 동화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은 이사하면서 사라지게 되었고, 같은 책을 구해 보려고 하였지만 여전히 요원하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읽은 책에서 소개되는 또다른 책들이, 그 책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때가 있다. 다행히 도서관에 그 책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책정보를 공유하면서도 필요한 책을 찾는건 여전히 쉽지 않다. 헌책은 우리의 추억을 먹고 살고, 결핍을 먹고 살아가는 거였다. 우리의 어릴 적 기억들, 조악한 책표지였지만, 그 책에서 느끼는 정겨운 책 내음새를 잊지 못하는 거다. 어릴 적 읽었던 추리소설이나 중국 소설들, 영화 제목에서 봤던 스토리의 원작이 있다면, 그걸 반드시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기억 속의 수많은 책들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갔으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책  표지는 기억이 나는 그러한 책들도 잇었다. 그럴 때면 , 내가 아는 책이 등장할 때면 반가워진다. 헌책이란 바로 그런 거였다. 나와 함께 세월을 흘러가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를 거쳐 지나가는 것, 그것을 헌책방에서 , 꽁꽁 숨어 있는 책들 속에서 비집고 찾아낼 때의 그 희열을 잊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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