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 블루스 동네앨범 1
이문맵스 지음 / 리프레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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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구말은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도 생소할 만한 동네다. 외대앞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외대 방향으로 걷다보면 베스킪라빈스가 보이고,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곳, 독구말은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그리고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동네이다.(p19)


신고서점은 외대 정문에서 오른편으로쭉 올라가면 나오는 헌책방이다. 1985년에 처음 시작해 30녀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이 머물렀던 책방이다. 책방에 들어서면 천장높이까지 책이 쌓여 있고, 바닥에는 노끈으로 묶인 책더미가 여기저기 쌓여 있어 마치 책이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교적 최근의 책들부터 빛이 바랜 책들까지 60만권의 다양한 책을 보유하고 있다.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서점 안으로 책을 고르고 있자면 마치 곧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p32)


근데 있잖아,늙은 사람이 자기 고햐을 ,살던 곳을 떠나면 그만큼 생명이 단축이 돼. 젊은 사람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살지 몰라도, 우리는 아니야, 그게 조금 아쉽지.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다만 집 값을 현 시가로 (이주를 잘 할 수 있게) 쳐 주면 괜찮은데, 그게 안되니까, 많은 피해가 있지.. 그게 아쉬워. 그래도 여기서 잘 살았어. 고마워.(p111)


땡.땡.땡.

바쁘게 울려대는 종소리가 끝나면
이제는
너도-
나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갈 길을 가야 한다.
계절이 흘러가듯
변해가는 기억 속에

거짓말처럼
지나간 순간들이
한마디 말을 건네는

꽃잎 같은 웃음으로
골목 같은 따스함으로
바람 같은 부드러움으로

가득 채웠던 시간
작은 설렘 하나로
아픔까지도 숙제인 줄 알고
묵묵히 풀어갔던
꿈일 줄만 알아서
꿈만 같아서
이리저리 헤매다
하나둘씩 바래졌던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골목을 하나하나 세다 보면
반가운 초록색 버스를 만나게 되고

노래가 한 곡 한 곡 흘러가다 보면
뉘엿- 뉘엿- 넘어가는 해를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다 보면
혹시 널 만날 수 있을까

다섯 걸음 걷다가 멈춰서고
두 걸음 밀어냈다가 뒤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내딛고는

눈물이 났던 그대

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안녕이란 인사를 해야겠ㅈ됴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요.

매번 솔직하지 못해서
모진 말로 가득했던 순간에
털어놓지 못한 말들이.

이제야 알 것 같은 진심이

자꾸만 당신을 불러내지만

이제는 한 장의 사진처럼
조금씩 흐려져 가는 낙서처럼
그렇게 두고 갈게요.

복잡한 하루의 끝에
자꾸만 어딘가를 돌아보게 되는 건 왜일까

앞으로 - 뒤로-
아니 ,어디든 걱정이 없던
그래도 됐었던
그때가 그리운 걸까

괜찮아
잘하고 있어
또  다른 오늘이 있잖아

입가를 맴돌았던 고마움이
차마 전하지 못했던 소중함이
이제서야 후회가 된 미안함이

켜켜이 쌓여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몇 번을 지우려 해도 짙어지기만 하는

처음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빛바랜 풍경만큼 편안한
허름한 골목 사이 소박한 웃음 뒤에
참았던 눈물까지 다독여주는

시간의 흔적만큼이나 추억이 깃드는 곳.
어떤 온기가 담겨있는 이곳
이문동입니다.(p189)


변화는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과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엮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게 되는 시간과 공간의 터널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골목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감어린 기억들, 어릴 적 누구에게나 남아있는 골목에 대한 기억들은 변화라는 하나의 단초로 인해서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살아가고, 나와 남을 서로 이어주면서, 지켜주었던 공간들, 골목은 바로 그러한 공간의 개념을 간직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골목이 사라지고 그 공간에는 도로가 들어서고 집이 들어서게 된다. 골목이 사라짐으로서 함께 해 왔던 이웃들이 떠나게 되고, 새로운 이웃들이 형성되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동, 과거의 삶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과거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시간이 멈춰 있느 것 같은 동네.그들이 쓰는 언어,그들이 애용하는 문화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삶이 정체되고 있었으며, 외부에서 보기엔 답답해 보였나 보다.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할려는 움직임은 이문동에 재개발 붐이 불어나가게 되었고, 그들의 추억은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개인으로 흩어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이문동의 과거를 들여다 보았다. 헌책방, 전기수, 독구말,과거의 기억에서 우리가 추구했던 것들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우리는 그것을 기록할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잊혀져 가고 있는 아날로그의 정서들이 책 곳곳에 배여 잇으며, 사람들의 말과 시간과 공간들을 기록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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