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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을 부른다
이유진 지음 / 매직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죽기야 하겠어
치안이 불안해요.
풍토병이 무서워요.
에이즈 어린이를 만난다구요?
소년원 출원생과 함께 간다구요?
아, 남들은 그런 걱정을 하는구나
캄캄한 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
GPS를 잃어버린 요트
제일 무서운 것은 멀미
독도에서 바라본 일출
새벽안개처럼 사라진 고통
살아온 길이 살아갈 길을 연다
죽고 사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운명의 파도에 나의 삶을 맡겨라
설마 죽기야 하겠어?
죽더라도 어쩔 수는 없다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p18)
나의 멘티 아미나
에이즈 보균자로 태어나
가족에게 버림받고
세사으로부터 거부당한 삶
열두 살, 배운 적이 없지만 영어를 잘 합니다
클레어 놀이로 아프리카의 열저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그린 초상화는 정교합니다
선물을 받을 때나 음식을 먹을 때나
진정어린 감사와 덤덤한 기쁨으로
푸위 있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함깨 거닐었던 눙귀해변에서
바람에 날리던 그녀의 히잡
보라색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그녀
너무 똑똑하고
너무 기품있고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프고 애잔합니다.(p78)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이유진 박사께서 부산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과 함께 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9박 11일간 아이들과 함께 해 왔던 삶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사랑을 엿보았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 그것도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것에 대해서 한국사람들은 '잘 다녀와' 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과 함께 함으로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나열하기 시작합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이유진 박사 앞에 놓여지지만, 그녀는 거기에 게의치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소년원 아이들이 부족한 것은 인성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이 부족해서이고, 그것을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아이들과 함께 하면,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고, 그대로 믿어왔습니다.
믿음은 그런 것입니다. 내가 믿는 것만큼 세상은 그 믿음에 대해서 보여줍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면, 그들은 사랑으로 보답합니다. 믿음도 마찬가지이고, 신뢰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함께 하다가 죽는다 해도 그 과정이 의미가 있다면 게의치 않았던 겁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보여주었던 이유진 박사는 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더 큰 사랑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그것이 한 권의 시로 탄생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온전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온전히 실천하신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비춰지는 한 권의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