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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야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심지영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9월
평점 :
우리 아가씨는 사기꾼, 우리는 모사꾼, 말볼리오는 비루한 놈, 그리고 [노래한다] 우리는 즐거운 세 사람이라네. 나는 친척이지 앟는가? 나는 아가씨와 같은 피를 나누지 않았나? 그러니 헛소린 집어치워! 아가씨라! [노래한다] 바빌론에 한 사내가 살고 잇었지, 아가씨, 아가씨.(p91)
오, 저 입술의 경멸과 분노 속의 수많은 멸시조차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랑은 숨기려고 애쓰지만, 살인죄보다 더 빨리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지, 사랑의 밤은 한낮이나 다름없은미 말이야.
[바이올라에게] 세자리오, 봄철의 장미에게 맹세코,
정조와 ,명예, 진실, 그리고 모든 것에 맹세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오만에도 불구하고,재치나 이성은 나의 열정을 순길 수가 없군요. 그렇다고 내가 방금 한 말에서 잘못된 결론을 끌어내진 마세요.
당신에 대한 나의 구애가 당신이 내게 구애하지 않아도 될 좋은 구실이 된다는 식으로 말이죠.
오히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애써서 얻은 사랑도 좋지만, 애쓰지 않고도 얻어진 사랑이 더 좋답니다.(p138)
세익스피어가 남겨놓은 44개의 희곡 작품 중 하나인 십이야는 낭만 희곡으로서, 그 시대의 삶과 그들의 삶을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나가고 있다. 책 제목으로 나오는 '십이야' 는 12월 25일에서 12번째 날, 1월 6일을 의미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베들레헴을 찾아오는 것을 기리는 축일이다. 책 제목이 의미하는 예수의 생애들은 책 속 주인공과 연결되고 있으며, 청교도 정신이 '십이야'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 하나 면면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의 관점과 양식으로 들여다 보고 관찰할 수 있으며, 서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십이야>는 낭만 희곡이다. 세 주인공 바이올라, 올리비아.마리아는 사랑을 얻기 위해서 능동적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순종적이지 않고 ,스스로 능력을 통해서 사랑을 얻으려 하는 세 주인공들, 남장을 하게 된 바이올라는 <십이야> 의 전체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주연이며, 마리아의 연애편지 사기극으로 인해 펼쳐지는 다양한 플롯들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어떤 잔상을 남겨놓고, 인간의 군상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관찰하게 된다. 특히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동성애 코드는 그 시대의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 있으며,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남장을 한 바이올라는 바이올라가 아닌 '세자리오'가 되었으며, '세자리오'는 일리리어 공작 올시노의 집사로 일하게 된다. 소년의 이미지를 간직한 '세자리오'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이는 올시노 공작의 구애를 받고 있는 일리리어의 여자 백작 올리비아였다. 바이올라에게는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이 있는데, 배가 난파하여 죽었는줄 알았던 세바스찬이 나타나면서 낭만 희곡<십이야>에서 올리비아와 세바스찬이 결혼함으로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들, <십이야.를 읽으면서 우연을 가장한 장난이 불러오는 연쇄적인 상황들, 올리비아의 시주을 드는 마리아와 올리비아의 친척으로 등장하는 토비 벨치 경의 연애 편지 사기극은, 사랑에 대한 거대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을 알게 된다면 그로 인해서 이유없는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 착각은 또다른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변화들을 연쇄적으로 만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올리비아 백작 밑에 있는 수많은 가솔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블랙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그 안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배 계층과 , 권력을 가지지 못한 피지배계층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