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은 채식주의자 짧아도 괜찮아 4
구병모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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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약육강식을 불가피한 것이다. 인육을 먹지 않으면 다른 동물들을 먹어야 하는데, 개체 수와 고기의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개체 수 과잉인 이 생물들을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는 일은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육과 도축 과정의 비윤리성은 적절한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위생적으로 가공하도록 사회가 감시하면 되는 것이다. (p130)


이 소설은 16명의 작가들이 연작으로 단편 소설들을 쓴 책이며, 주제는 동물과 인간이다. 인간에게 동물이란 어떤 무형의, 또는 유형의 가치를 지니는지 진지한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자동차를 타고, 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감춰진 오만함과 마주할 때가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위에서 동물들의 사체가 여전히 발견되고 있으며, 산과 산을 파헤치면서, 그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자연적이지 않은 대한민국 땅 곳곳에 자연 그대로 보존된 무언가가 파헤쳐짐으로서 동물들이 설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 소설은 바로 그런 우리의 현재의 작태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들을 필요로 한다. 야생 그대로의 동물이 아니라 안전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가족과 같은 동물들을 가까이 하게 된다. 동물들과 융화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내 삶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인간에게 가축은 무엇이며, 인간과 동반자 역할을 하는 반려 동물에 대한 생각들을 엿 볼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오늘의 기원>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70일령의 삶을 살아가는 어린 닭에게 주어진 삶은 인간이 규정해 놓은 가공된 삶에 해당된다.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서 닭은 자신의 삶이 규정되고 있으며, 엄마 닭은 400일령을 넘게 살아갈 수 있는 운명을 만나게 된다, 70일령과 400일령, 둘을 비교해 보자면 400일령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더 오래 사니까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하다. 철저히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서 태어난 70일령 닭과 그 닭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400일령 닭의 운명, 자본주의가 그들의 수명을 결정지었고, 인간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서 닭을 생산하고, 소비하게 된다. 소설을 바로 그런 현실들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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