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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하루는 날이 좋다는 핑계로
또 하루는 날이 흐리다는 핑계로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는 핑계로
네 하루에 고나여하고 싶을 뿐이야
그렇게 일상이 되어 네 삶을 함께 살아갈 거고.(p21)
꽤 많은 아픔이 지나갔다 죽을 것 같던 시간이 흐르고 죽지 않은 채로 죽은 듯이 살아가고 있다 죽을 듯이 힘든 시간이 좀 더 이어졌으면 했다. 조금 괜찮아졌다고 느낄 때마다 내 곁에 남은 네 잔상도 사라지는 것일 테니까 결국 너를 잊은 일은 너를 사랑했던 내 모습을 지워야 하는 일이니까 미련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믿는다. 나는 사라져도 좋지만 너를 사랑했던 내가 사라지는 건 싫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과 네가 멀어자는 일이 비례한다는 사실은 별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하겠지. (p78)
내 인생에서 얼마 되지 않는 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 내 일상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 삶에서 아마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는 잊을 수도, 잊고 싶지도 않은 날들이에요 과거를 붙잡고 있기에는 핑계가 없고 당신을 그리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요. 이제는 마음 편히 떠나요 종종 또 당신이 받지 않을 편지 몇 통을 적겠지만 보낼 수는 없겠습니다 보고 싶지만 더는 사랑하지 않아야 하겠죠 당신은 오늘처럼 매일이 행복하길 바랄께요 생일 축하해요.(p99)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은 행복이 될 수 있고, 불행이 될 수 있다. 사랑하게 되면, 헤어짐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 헤어짐의 종류는 함께 하면서 삶을 마감하는 헤어짐이 있고, 살아가는 동안에 다시 만남을 이어갈 수 없는 헤어짐이 있다. 헤어지고 나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슬픔과 아픔의 향연, 그것을 누구가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싶지만, 나 스스로가 나를 위로하지 않는다면, 도무지 위로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픔과 고통 속에 존재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리움은 시간이 흘러서 추억이 된다고 누군가 말하더라, 그 말이 남의 이야기가 될 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상식이라 생각하지만, 내 일이 된다면 그것 만큼 잔인한 말이 없었다. 기억을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우리앞에 놓여진 기억이라는 실체에 대해서, 그 가치들은 사랑을 통해서 만나게 되고, 사랑을 통해서 지워지게 된다. 시간은 언제나 사랑과 평행선을 달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리와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곤 있다. 그러나 사랑앞에서 시간은 우리에게 이유없는 배신을 선물해 줄 때가 있다. 그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고 살아가며, 그럼으로서 우리는 시간이 가지는 절제적인 권력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지게 되면, 타임머신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사랑함과 헤어짐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길을 잃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