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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일까?' 라고 한탄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증오하며 싸우는 것일까요? 오늘도 신문지상을 얼룩 짓는 것은 사람들 간의 크고 작은 다툼과 살인, 반란과 폭력적인 억압 등 입니다.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생각해보면 원자탄과 수소폭탄을 비롯한 모든 무기들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도 무수한 무기들이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P91)
그의 지성, 그의 체험, 그의 허영심이 다 그렇다. 신앙은 어떤 것이든 그 자체가 자기소멸, 자기소외의 한 표현이다. (중략) 자기를 외부로부터 구속하고 고정시키는 규제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강제, 즉 보다 높은 의미에서의 노예제가 어떻게 의지가 박약한 인간, 특히 여자가 잘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조건이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확신과 '신앙'의 본질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170)
더 이상 긍지를 갖고 살 수 없을 때 당당하게 죽는 것,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 자식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명료한 의식을 갖고 기뻐하면서 적시에 이루어지는 죽음, 그리하여 떠나는 자가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가능한 죽음, 또한 생전에 성취한 것과 원했던 것에 대한 진정한 평가와 삶에 대한 총 결산이 가능한 죽음. (P204)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들은 이런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나가게 된다. 내 앞에 먼저 떠나간 사람들과 내가 떠나가야 할 길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우리 앞에 놓여지게 된다. 인생에 대한 깊은 고찰,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깊은 고민들, 본질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한계들, 그런 것들은 인간 스스로 풀수 없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이며, 우리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단순한 질문조차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짓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 의지할려고 하는 대상이 바로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이다. 니체는 인간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으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독일의 철학자이다. 그가 남겨놓은 저서들인간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들을 새롭게 정의내리고 있으며, 그가 정의내려놓은 것들을 다시 들여다 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들을 판을 바꿔서 새롭게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열가지 질문들이 나온다. 그 질문들은 우리가 삶을 힘들게 규정하는 질문들이며, 부정적이며, 때로는 비참할 정도이다. 내 앞에 어떤 사건이 나타난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내가 결정할 문제이다. 여기서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나타날 때, 그것이 나의 삶과 운명을 바꿔 놓는다면, 그걸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냉엄하게도 나는 자신이 없다. 특히 내 가까운 누군가가 죽음을 만나게 될때, 그 죽음이 일반적인 형태의 죽음이 아니라 사고로 인해서, 때로는 자신이 결정한 죽음이라면, 미처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유가족의 임장으로 고통의 연장이 된다. 왜 죽었는지 알길이 없는 순간, 죄책감으로 얼룩져질수록 고통에 대한 심연의 깊이는 점점 더 깊숙히 들어가게 되고, 사람의 고통은 어두운 심해로 침전하게 된다. 하지만 니체는 자살이 내 앞에 놓여진다 하더라도, 노여워 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을 축복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선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대해서 죽은 당사자는 고통이 될 수 있고, 행복이 될 수 있다. 대다수는 그것을 고통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서에 그렇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고, 누군가 자살을 선택하기 전 어떤 문제들이 앞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상상력의 깊이는 죽음 앞에서 무너지게 되고, 그 고통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현된다.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해서 내가 고통을 느낄 것인가, 행복을 느낄 것인가는 내 자유이다. 니체는 바로 그 자유에 대해서, 관점을 바꿔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