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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화부
문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그녀는 악센트를 높여 째지는 소프라노 음으로 앙탈을 떨었다. 하나 목 깊숙한 곳에선 알토 음의 울음이 섞여 나왔다. 나는 그녀가 손을 못 움직이도록 양손을 꼭 잡고 그녀 무릎 위에 고정 시켰다. 근데 이런 몹쓸. 음물에 굶주린 내 아랫것이 불끈불끈 , 바지에 구멍이라도 낼 듯 쑤셔대지 않는가, 그도 그럴 것이, 내 양반다리 사이에 낀 유나의 희디흰 발이 저도 모르게 양물에 닿아 찌릿찌릿 전기를 일으키니, '여자 몸 함부러 밝혀선 안 돼' 나는 속으로 다지고 또 다졌다. '울 아버지 닳아선 안 돼' 나는 은근히 전기가 방전되도록, 가랑이를 살짝 벌려 양반다리를 풀었다. (P208)
사찰에서 새벽 세 시 전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는 건, 그건 이유도 있소, 새벽 예불을 두고 뭐, 천지가 깨기 전에 부처님께 예배를 올린다고 의미심장한 말들을 갖다 붙이더라만, 부처의 세계에는 해가 뜨나달이 뜨나 천지가 항상 깨어 있는데, 또 무슨 천지가 깨고 말고 할 게 어딨갰소. 그건 어디까지나 의례일 뿐, 절간에 가봤지요? 측간이 어떻게 돼 있데요? 문이 없어 쪼그려 앉아 똥 누는 모습이 훤하게 보이지요. 중 똥 누는 모습 보려고 측간을 그리 만들었겠소? 아니올시다. (P403)
마광수의 외설 소설을 연상하게 되는 <목마와 화부>를 만나게 되었다. 삶에 있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엮이게 되고, 그냥 그저 생성되는 건 아니었다. 인생이란 서로에게 주어진 운명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면서, 때로는 계획된 그대로 만들어지기도하고, 계획과 무관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소설 속에서 고상화 앞에 놓여진 운명이 바로 그런 거였다.
부부장 검사에서 부장 검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고상화 앞에 나타났다. 턱 하니 죽었다더라, 그런 것이 그 당시 검사들에겐 통했던 시절이며, 고상화 앞에 놓여진 홍기대는 거미줄에 걸린 출세가 보장된 커다란 먹잇감이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풀려난 홍기대는 동두천 상인회 회장 김찬돌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으며, 그의 자백은 부부장검사 고상화의 출세의 길이었다. 소설은 그렇게 바람 앞에 등불이 되어 버린 홍기대의 운명과 엮이게 된 고상화의 또다른 운명이 거대한 망망대해 앞에 펼쳐지게 된다.
소설에는 또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유나와 원명진. 원명진 앞에 놓여진 유나의 인생은 파란만장함 그 자체였다. 슈퍼모델로서 늘씬한 유나의 모습. 하지만 유나는 이상 성도착증 증세를 가지고 잇었고, 님포마니아였다. 원명진은 유나와 함께 몸을 섞으면서 , 유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데, 그러나 유나의 성욕을 채우려 하면 할 수록 채울 수 없는 욕구들은 그렇게 원명진의 인생을 조금씩 흔들어 놓기 시작하였다.
이 소설은 그렇게 엮이고 엮여 버린 한 편의 삶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 행하였던 행동 하나가 촉발해 버리는 또다른 운명의 장난, 그것은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꿔 버리고, 판을 엎어 버렸다. 성에 대한 탐닉, 그 안에는 선과 악도 없었고, 도덕적인 관념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다만 사람들은 책 속에서 자신의 행위들을 분석할 다름이었다. 소설 <목마와 화부>는 화부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살기 위한 그들의 몸짓 하나 하나가 한 편에 그대로 기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