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평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2
도가와 신스케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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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는 구샤미 선생니이 "그 유명한 칼라일도 위가 좋지 않았다네"라고 말하며 "자신의 위가 좋지 않은 것도 명예라는 듯한" 발언을 하며 자기변호를 하고 있다. (p130)


선과 악, 바름과 그름을 개개의 인간들의 마음에서 인정하고 그 변화를 분석해가는 것이 소세키 소설의 특징인데, 여기서는 최초의 신문 연재소설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결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느낌도 부정할 수 없다. (p239)


저는 오늘날까지 그저 나쓰메 아무개로 세상을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역시 그저 나쓰메 아무개로서 살고 싶다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박사학위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p310)


만약 선생님이 소설을 쓴다면 "그 여자의 마지막을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죽는 게 좋을지, 계속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답변하기가 곤란해진 소세키는 "산다는 것을 인간의 중심점"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것을,"하지만 아름다움이나 품격 같은 것을 으뜸"에 놓고 고민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만약 살아있는게 고통이라면 죽는게 더 좋겠지요"라는 말은 실제로 자신이 살아 있는 이상 결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다. (p375)


과거는 "하나의 가상에 불과하다"라는 생각도 들며, 현재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은 "찰나 같은 현재로부터 곧바로 과거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현재는 시시각각 미래를 잉태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p394)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건 설레이면서도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의 실체와 나의 기대치를 겹쳐 보고, 그 안에서 내 삶을 반추하게 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하고, 무엇을 지워야 하는가, 나에게 부족한 것들은 무엇인지 찾아봄직한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내 삶 속 어딘가에 채워져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자아, 그것은 또다른 에고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분명 다르다. 그것을 인지하게 되는 그 순간 스스로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며, 나의 삶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인간이 쓸쓸함과 고독함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한계 때문이며, 그로 인해서 우리는 고뇌하고 , 때로는 좌절하면서 살아간다.


1967년은 나쓰메 소세키가 태어난 해이다. 그의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이며, 소세키는 작가로서 발돋움하면서 아호로 바꿔 쓴 거다. 그가 태어나고 도쿄 사범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후 교사가 아닌 소설가로서 발돋움한 그 시점은 런던으로 유학을 가고 난 이후이다. 그는 첫째 딸 후데코, 둘째 쓰네코,세째 에이코,네째 아이코, 다섯째 히나코까지 낳게 되는데, 그의 첫째 딸이 18살 되던 해 , 나쓰메 소세키는 자신이 언급한 그대로 현실이 되었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아이를 낳으면서 소설가로서 살아온 지난날, 자신의 위로 세 명의 형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 나쓰메 소세키는 자신의 소설 속에 인생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채워져 있었으며, 그 흔적 하나 하나, 문장 구절 하나하나에 대한 분석들은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교차되고 있다. 신경쇠약과 위궤양으로 인해서 항상 병치례를 하면서 살아왓던 그의 삶,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꿋꿋하게 소설가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하는 그의 고집과 아집, 스스로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명예가 자신의 삶과 문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관조하게 되었고,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은 명예를 멀리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100년전 일본의 문명이 뒤바뀌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기치를 읽지 않았던 한 문인의 삶에 대한 기록들, 그 기록들은 지금까지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으며, 나쓰메 소세키 평전을 통해서 그의 삶의 발자취를 잠시동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특히 한국에는 번역되어 있지 않은 나쓰메 소세키 전집, 그로 인해서 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은 바로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요약한 것처럼 치밀하고, 꼼꼼하게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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